건전지 할머니는 3권 시리즈 중 가장 신간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이미 그림책은 졸업할 나이의 딸아이를 두었고, 내 딸은 사실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요새 그림책은 잘 안봤었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는게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게 아니라고 그림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일단 그림이 뭉실뭉실 펠트같고 너무 귀여워서 찾아보니 부부작가가 합심해서 만든 책이고, 입체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백희나 작가 전시회를 다녀왔었는데 아마도 그런 식의 작업일 것이다.동구네 할머니는 굉장히 에너지 넘치고, 씩씩하시고, 우리가 생각하는 정많은 할머니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사실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는 다소 무섭고 남녀차별을 하시던 분이기도 하고, 엄마께 시집살이를 손녀인 내가 봐도 혹독하게 하시던 분이라 난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무한한 애정을 잘 몰랐다. 그렇지만 내 딸아이에게 시어머니가 보여주시는 사랑을 보면 딸아이는 분명 봉구네 할머니같은, 그리고 건전지 할머니같은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것이다. 또 나도 그런 사랑이 뭔지 이제 알것 같다. 달고나도 함께 만들고 멧돼지로부터 구해주시는 그런 사랑.나도 건전지 할머니와 같은 할머니가 나이들어 될 수 있을까? 나는 기본적인 에너지가 적은 사람이라 여러가지를 하는게 버겁고 힘든데... 사실 나 역시도 건전지 할머니가 필요하다. 마흔이 넘어도 기대고 싶고,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는. 그림책 맨뒤에 봉구가 시골집 평상에서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를 먹는 모습이 펼쳐져 있는데 그걸 보고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나는 이제 봉구 할머니의 나이가 될 일만 남았는데 아직도 봉구가 부럽고 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니 말이다.이 책을 사랑받고 있는 모든 손자손녀들과, 혹은 그런 사랑이 그리운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