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책 표지를 보고 좀 당황했다. 책 제목만 봤을때는 뭔가 지브리스러운 일러스트나 좀 더 몽글몽글한 느낌의 표지를 생각했는데 굉장히 애니메이션스러운 느낌? 대놓고 이건 게임에 관한 책이야 하는 느낌이 들어 곧 마흔인 내가 어떻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했다.(표지 그림을 그리신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이건 취향이라ㅠ)그런데 이 책, 진짜가 나타났다!딸아이와 눈오는 날 스벅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그래 한번 읽어보자 하고 폈다가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열두세살쯤으로 짐작할 수 있는 보라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요즘 아이들 느낌에 맞게 잘 나타나있다. 나는 사실 한번도 제대로 휴대폰이든 pc든 게임을 해보지 않았는데 어쩐지 이 책에서 보라가 게임을 하는게 이해도 되고. (그동안 게임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한게 꼰대스러운 것이란 걸 깨달았다.)무진이라는 모든게 완벽한, 게임에서 친해진 옆반 남자아이가 고백하고 보라가 얼떨결에 수락하며 그걸 친구 채하가 더 설레하는 것을 읽으며 그간 내가 가르친 5, 6학년 아이들이 떠오르고 또 거의 25년 전의 내가 그리워졌다.보라는 무진이와 데이트를 했지만 뭔가 이건 아닌데 할 때 농구장에서 만난 은율이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런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보라가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학교와 그 밖의 장소에서 벌어지며 어느새 내가 엄마미소로 읽게 되었다.8살 내 딸아이도 언젠가는 첫사랑을 하게 되겠지.열세살 내가 짝사랑했던 그 남자애는 이제 아저씨가 되어 어디서 무얼 할까. 나중에 교사가 되고 우리반에 같은 이름의 남자아이가 있어서 또 한번 그 짝사랑했던 아이를 떠올렸는데. 그러고도 10년이 또 지나갔다.이 책은 여학생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감성이 녹아 있으면서도 게임을 아예 안할 수 없는 시대의 특성, 친구관계(동성과 이성 모두)에 대해 기분 좋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내해주는 것 같다.4, 5학년 여학생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고 나중에 학급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을 책이다.눈오는 오늘, 은은한 음악과 아메리카노와 함께 나를 다시금 첫사랑이 준 성탄절 카드에 가슴 뛰게 하고 그리운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 타임머신과 같은 책을 현재 첫사랑 진행중인 소녀들과 한때 소녀였던 이들 모두에게 스윽 내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