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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박! 말하는 목줄 ㅣ 저학년 씨알문고 5
박현숙 지음, 박규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오대박! 말하는 목줄>은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책이지만 곧 마흔이 가까워지는 나도 흥미진진하게 빠져들만한 동화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글밥이 조금만 많아도 책 읽기를 꺼려해서 하루에 10장씩만 읽어보자 하며 읽고 있는데 도대체 이 책에서 나오는 그 범인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열을 내고 있다.
나는 줄곧 아파트에서만 자랐지만 딱 2년 반 정도 주택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우리집 마당은 굉장히 넓었고 아빠는 그 곳에 철쭉이나 장미, 그리고 대추나무, 고추, 방울토마토 등을 많이 심으셨다. 마당이 넓어 한쪽은 바닥을 주차하기 좋게 시멘트로 바르셔서 그곳은 아빠가 퇴근하면 아빠 차가 놓여져 있거나, 낮에는 우리 자매들이 '꼬마야 꼬마야' 하며 긴줄넘기를 하기도 했다.
주택에 살았을 때만 개를 잠시 키웠는데 이름이 '다롱'이었다.
다롱이는 나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만나 2년 정도 짧게 우리와 지내다 헤어졌다. 책에 등장하는 백구처럼 똥을 아무데나 싸기도 하고, 툭하면 목줄을 풀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녀석은 대문이 닫혀져 있으면 아빠가 아끼는 텃밭에 들어가 난리를 쳤고, 부모님이 외출했을 때 다롱이가 목줄이 풀리는 날엔 정말이지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언니는 다롱이 그러는게 짜증난다고 마당에 나가지 않아 나와 동생이 다롱이 목줄을 다시 하거나 그도 어려울 땐 베란다 기둥에 목줄을 감고 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롱이는 참 쓸쓸했을 것 같다.
마당에 혼자 있다가 너무 심심한데 힘은 센 그 녀석은 우리가 학원에 가거나 엄마가 슈퍼에 가려 문을 열면 그 사이로 쌩하니 나가 버리고, 또 우리는 다롱이가 도망간다고 더 감시하고... 어릴 적이야 다롱이가 귀여워서 우리 자매가 이뻐해주었지만 성견이 된 다롱이는 너무나 헥헥거리고 뛰어다니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더이상 우리는 관심을 주지 않았고, 또 그 시대에는 개를 산책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아니, 산책시켜야 한다고 해도 우리 자매는 다롱이에게 끌려다니다 지쳤을 것이다.
나는 책 제목만 보고 처음엔 말하는 목줄이라니 판타지 동화이겠거니 했다. 더 이상 스포가 될것 같아 적지 않겠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내며, 이 세상은 우리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시절 유일하게 내가 마음을 준 반려견 다롱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롱이는 2년 넘게 우리와 살다가 아빠가 더이상은 다롱이를 데리고 있기 힘들겠다며 시골집으로 보내며 우리와 인연이 끊어졌다.
지금은 다롱이 손자의 손자가 살고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는데...
다롱아! 그곳에선 잘 지내고 있니?
내가 오대박이나 성민이, 소라처럼 널 좀 더 생각하고 아껴주면 좋았을텐데 너랑 헤어질 때 울었던 것조차 미안하다.
요새는 반려견이나 고양이 등을 많이 기르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냥 나의 즐거움이나 보여주기식이 아닌 그들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걸 우리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섣불리 어떤 결정을 내리는 성민이아빠나 억울하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는 대박이, 그리고 친구들의 활약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대박이나 성민이, 소라가 또 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