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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오시오 고민 상담소 ㅣ 봄볕어린이문학 23
정유리 지음, 최미란 그림 / 봄볕 / 2022년 6월
평점 :
표지와 책의 두께를 보고 우리 딸도 힘들지만 내가 옆에서 으쌰으쌰 도와주며 같이 읽히려고 선택한 책이다.
<독수리의 오시오 고민 상담소>는 제목 그대로 오시오~!! 하며 독수리가 아이들을 맞아주며 상담해주고 그들에게도 당연히 있는 삶의 무게를 나눠주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처음에 주인공 이구름이 싫다는 표현도 못하고, 짝이 왜 나만 싫어할까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에서 갑자기 지금의 내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딸을 읽히기 전에 내가 먼저 읽는 것이었는데 새벽에 읽으면서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독수리가 처음 불렀을 때 거절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며 일기장에다가는 싫다고 연속으로 스무번도 적을 수 있다는 부분이 나오자 내 눈물샘이 터졌다.
사실 나도 그래!
나도 싫다고 해야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어른이라는 이유로 꾹 참고 사람들에게 맞추어 살아가느라 지쳐있었는데...
다행히 구름이는 독수리의 조언대로 친구와 잘 지내게 되고 이후 독수리에게 글자도 알려주고 그렇게 독수리는 많은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생활하게 된다.

얼마나 쿨한 조언인가~! 좋다고 했는데 차였으면 뭐 뒤도 돌아보지 말라는 내용이다 ㅋㅋㅋ
이렇게 잘 지내다가 사바나에서 자기가 불러놓고 독수리가 못마땅한 교장선생님 때문에 독수리가 사라지게 되고, 구름이는 자기 힘으로 독수리를 구하기 위해 교장선생님과 담판을 벌인다.

우리랑 독수리는 서로 선택한 것이다.
하며 싫다고 말 한마디 못하던 우리 구름이가 교장선생님 앞에서 자기 의견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다니!
책 제목대로 정말 사바나에서 독수리가 오시오 고민 상담소를 열었으면 좋겠다.
그럼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몰래 찾아가신 것처럼.
나는 대놓고 마른 쥐를 잘 포개어 상자에 담아 선물로 가져가 독수리와 함께 긴 대화를 좀 나누고 싶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어느날 갑자기 독수리의 오시오 고민 상담소가 생겨나도 난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누구보다 빨리 뛰어가 반갑게 맞이하고 싶은 어른이어도 되는 걸까.
생각보다 나, 독수리 혹은 그 누구와 함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닐까.
이 책은 재미도 있지만 어린이 책이라고 절대 얕봐서는 안될 감동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가 아이들의 꿈을 통제하는 공간으로만 활용되는것, 교장선생님은 소위 말하는 지배계층으로 아이들을 손에 넣고 획일화시키는 것으로 여겨지는 점은 아쉽다. 현재 학교를 본다면 절대 그렇게만은 표현하지 못할터...
아마 독수리에게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은 사람은 많이 힘든 아이들을 두고 있는 선생님들과 혹은 교장선생님이 아닐까, 그 분들은 손수건 들고 가서 독수리 앞에서 엉엉 울고 말텐데. 독수리가 뭐라고 조언을 해줄지 참 궁금해진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내가 직업이 학교에 있다보니 느껴지는 것 같다. 예전같은 장난꾸러기로 끝나는 아이들이 아닌 정말이지 교사가 교육하고 때로는 교권이 와르르 무너지는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오시오 고민 상담소는 친구 문제나 이성교제, 학원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아이들 뿐 아니라 진짜 매일 매일 현장에서 고민하고 치열하게 버텨내는 그 누구들이 아닐까 싶어 막 웃을 수만은 없었다.
우리랑 독수리는 서로를 선택한 거예요. 그리고 독수리를 부른 건 교장 선생님이잖아요! 독수리 때문에 우리가 부모님, 선생님 말을 안 듣는다고 하시는데 그런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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