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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무무 무지개 택배 1 - 뒤바뀐 주소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박현숙 지음, 백대승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6월
평점 :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신 박현숙 작가님의 신간, <무무무 무지개 택배> 표지를 보고 괜시리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나의 생활을 돌이켜 보았다.
작은 가전부터 그릇, 옷은 물론 신발이나 어지간한 생활용품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나에게 택배회사의 도착했다는 문자는 퇴근을 설레며 기다리게 만들었고 집 현관 앞에 쌓여 있는 택배는 그날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기 충분했다.
사실 나는 이 책도 그런 내용일 줄 알았다. 읽으면서도 아이들이 아마 택배회사에서 일을 하고, 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엄마 아빠의 노고를 깨닫는 내용이 전개되는 건가 하고 섣불리 판단하며 읽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그게 아니었다.

일단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는 아이가 택배회사를 찾아갔을 때의 택배회사의 첫 모습이다. 이 동화책은 글밥도 글밥이지만 그림이 참 매력이 넘친다.
어른인 나도 한참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예쁘고 단순하면서도 뭔가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나무와 간결하게 그려진 이 회사의 모습은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더욱 상상하게 만든다.
아무튼,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뒤바뀐 듯한 이 택배는 주인공이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누가 착한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 지 도통 알 수 없는 그냥, 정말 아이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하게 되고 도대체 뭐가 진실인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한 걸 몰랐다가, 사라지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것.
책 처음부분에 나오는 구절이고, 주인이 누군지 주인공과 택배회사의 직원들이 찾아야 한다고 하길래 사실 나는 내용을 추리하며 치매를 앓는 노인분들이 기억을 찾는 내용인가, 혹은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이나 동물들의 이야기인가 하며 계속 생각하고 의심하며 명탐정 코난에 빙의하여 내용을 추리해 나갔다.
결론은!
다 틀렸지만.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 중 하나를 좀 더 요즘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현대적으로 각색한 동화가 아닌가 싶다. 그 책에서는 주인공이 악마로 오인받고 결국 굉장히 후회하는 내용으로 끝났던가, 아니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던가 어쨌든 80년대생인 내가 읽었던 동화들은 조금은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것들이 많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2~4학년 학생들이 읽으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알록달록 눈길을 잡아끄는 백대승 님의 삽화와 더불어 허를 찌르는 박현숙 작가님의 이야기 전개는 책은 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네 생각이 뻔하다고, 책을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인 나도 동화책을 읽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흥미로웠던 그 기억.
요즘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주로 읽는데 가볍게 읽는 동화책은 읽기는 참 편하나 그것이 나에게 주는 울림은 절대 편하거나 가볍지 않다.
나는 아직 딸이 이 책을 읽긴 어려, 5학년 조카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내용을 함께 공유해봐야겠다.
그리고 2, 3년 후 딸이 좀 더 크면 책을 같이 읽어보며 책 중간중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다.
곁에 있을 때는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다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거지
깍지는 그네에서 발딱 일어났다.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사라진다는 것은 죽는 것이다. 깍지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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