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수업 1 : 철학적 사고 - 가을&겨울편
saleign 지음 / 하움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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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랭 saleign 님
꽃꽂이 수업 1 - 철학적 사고, 가을 겨울 편



문명의 요람에 누워 살고 있지만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것들이 지나치게 사람을 기준으로 쓰여져 그 너머를 보지 못한다고.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기심을 갖고 있는 인간이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당연하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성을 갖고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나무가 자살을 하는 것을 보았는가? 땅이 척박하다고, 허리가 잘렸다고 자살을 택하는 나무를 보았는가?"
 


위처럼 식물의 대단함을 예찬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식물도 '스트레스 생리'에 의해 마지막 꽃을 피우고 죽기도 하니까요.
 
식물을 일방적으로 끈기와 인내의 존재로 탈바꿈하지만 식물의 의사는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꽃꽂이 수업은 "식물과 인간이 관계를 맺고 그 유대를 상호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 같아 몹시 기대가 됐습니다!









 



작가님께서 식물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갖고 계시고 해당 분야에 대해 스스로도 많이 고민을 하시며 작품에 담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게, 저런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사고 박스(?)들 이었어요.

물론 책을 가득 채운 섬세한 식물 일러스트에서도 작가님의 애정이 많이 묻어나오지만 그것에 대해 많이 사유하고 고민했다는 증거는 아무래도 저런 철학적 사고 박스가 아닐까 싶어요





 




<맨드라미의 죽음>

이 에피소드에서는 미이가 인간보다 짧은 식물의 생을 보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인식하기 전까지는 식물이 시든다고 생각했던 것을 생화가 '죽는다'고 시각을 바꾸면서 식물의 생이 짧게 마감되었고, 그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슬퍼하고, 허무감을 느끼고, 그 허무감을 무조건 적으로 극복하려다가, 마지막엔 그 허무까지도 받아들이게 돼죠.

미이는 이 에피소드에서 단순히 식물의 죽음을 인식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죽음'이란 개념을 비로소 포옹합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식물이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식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사유가 시작되지 않나 싶어요









 








+) 근데 사실 읽으며 나무를 키웠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좀 했었어요. 식물이고 죽는 건 동일하겠지만 죽음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많은 차이가 생겼을 것 같더라고요

더불어 파리가 잘 피하는 이유가 기본 수명이 짧아서 생기는 상대적 시간 확장이란 이론 또한 생각났어요. 우리가 느끼기에 꽃의 생애는 한철이고, 짧디 짧지만 그 식물의 수명으로 참작했을 때 꽃이 피고 지는 시기는 한 순간이 아니었을테니까요.

한편으로는 식물 또한 종족 보존이 목표이며 꽃 역시 생식기관이고, 꽃을 피우고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다 보니 꽃의 수명이 짧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죠. 더불어 세대를 짧게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 종족 보존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식물의 진화과정에서 선택된 그 종만의 특성인데, 식물의 생애를 짧다고 안타깝게 여기는 것 조차 인간의 오만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이과충))




 



               




 
<꽃꽂이 수업>

👉 꽃다발 장미차처럼 식물을 마음대로 운용해도 될까요?

👉 도덕은 인간사이에만 나타날 수 있나요? 동물에 도덕을 적용하는 것과 식물에 도덕을 적용하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요?

👉 모든 것과 유의미한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이 정말 인간과 식물간의 관계를 재고하고 본인의 철학으로 이끌어주는 주춧돌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식물을 마음대로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긍정적이진 않지만(사실 찬반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죠. 자연계에서 생산자에 속하는 것이니) 그래도 그것을 제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유일한 존재는 신경이 없고 의사표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말릴 만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생활고에 시달리는 식물인간 보호자의 식물인간 안락사 의사 표명에 대한 찬반 토론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뭐.. 의사표명을 하기 전까진 끝나지 않을 이야기죠.




도덕은 인간이 지켜야할 도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부터 인간과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인간이 스스로일 수도 있고 타인이나 사회와 합의된 것일 수도 있고요. 다만 도덕은 '도리'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그 범주는 천차만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길'에 침을 뱉지 않는 이유가
법적으로 위배되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인지
그리고 위생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인지
길이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지 (고전 문학에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ㅜㅠ 나그네한테 한탄하던 길..)
는 다른 얘기이고 각각 다른 도덕을 갖고 있으니까요




동물 등과는 상호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식물은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굴중성 삼투 굴광성같은 자극 말고 인간의 기준에서 일반적인 자극) .. 일방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맺을 순 있죠 부케를 잘 말리는 것이 일방적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맺는 것의 예가 아닐까 싶네요




 더불어 왜 철학적 사고 1인데 가을 겨울 편일까 싶어서 여기저기 서치를 많이 했었는데 바로 요 에피소드에 이유가 나오더라고요 그것은 바로 (!) 비밀입니다 ((책으로 확인하셔요))






책을 읽으며 열심히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는데 역시 철학은 어려운 것 같아요 ㅜㅜ 흑흑

그리고 이런 철학책을 줄글로도 표현하기 이렇게 어려웠는데 설득력있고 재미있게 만화로 표현하신 살랭님 Saleign 님 넘나 대단하신 듯..!!!!!




사실 저는 처음에 인간-식물 간의 상호적인 시각을 많이 다룬 줄 알고 해당 부분에 대해 어떻게 표현했을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 책에서는 인간의 사고 및 철학의 길을 틔여주는 식물(미이의 성장의 계기) 처럼 나와서 약간 저의 평소 가치관과는 차이가 좀 있었어요ㅜㅜ


그래도 워낙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훅훅 치고 들어오셔서 재밌으면서도 이런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가 됐어요 위에서 평소 가치관이라 했지만 애초에 생각을 별로 안해본 주제라서 가치관이라 하기 어려운 정도라.. 히히 부끄럽군요




여튼 재밌음 + 예쁨 + 힐링 + 철학 이기 때문에 다들 읽어보심 좋을 것 같아요!!



아직 한 번 밖에 안 읽었지만 몇 주 뒤에 다시 읽어보면 감상이 또 다르게 느껴질 것 같은 책이란 생각이 팍팍
들어요!

지금의 제 서평은 거의 날 것 그대로의 서평 ㅎㅅㅎ..
삘 받아서 글을 쓴거라 나중에 보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드네욤.. 그럼 언젠가 몰래 은근슬쩍 부끄러운 부분 수정하는 걸로..ㅋㅋㅋㅋㅋ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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