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4-5년전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 나에게 신영복 교수의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었다. 책을 빌려서 얼른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저자의 프로필은 보지도 않고 책의 내용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다. 단지 함석헌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이 책의 서평과 평가를 보고 책을 주문했다.책의 맨 앞장에 나와 있는 선생님의 프로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내려 앉았다.-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육사교관……..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20년 20일을 복역하다.-

20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을 감옥에 있었다니.. 신영복 선생님의 세월이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식을 바라보았을 부모님 때문에 가슴이 아파졌다. 얼마나 자랑스러웠을 아들이었을까? - 최고학부의 공부를 마치고 교수가 된 아들이 갑자기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아들의 징역살이를 지켜보는 부모.. 이책은 선생님이 부모와 형제들간에 주고 받은 편지들을 묶은 것이다. 하지만 그속에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어둡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침울한 내용보다 오히려 보통의 가족들에서조차 찾기 힘든 따뜻함과 안정감과 위로가 있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과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글 속에서도 진하게 묻어나는 어쩔수 없는 괴로움들이 절제되어 나타나 더욱 가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부모님에 대한 괴로움, 격리되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하여, 제한된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절제…

“고통속에서 피는 꽃이 아름답다”말은 단지 옛사람의 지혜이고, 지금은 나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과 싸워 이겨 승리로 얻은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던 나에게는 또다른 평화의 글이었다.나는 통일혁명당 사건을 잘모른다. 정치와 권력에 의해 조작되어 아까운 사람들이 오랫동안 옥살이를 했고 최근에 그들이 다시 복권되어 학교도 졸업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을뿐이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상황의 논리에 의해 억압을 받고 옥살이를 했다면 가슴속에 쌓이는 분노와 울분은 어떻게 삭여냈을까?

인터넷에서 통일혁명당사건을 찾아보았다. 중앙정보부 발표에서는 북한의 김일성 주체주의영향과 자금을 받아 조직된 체제전복을 위한 간첩집단으로 규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사형집행이 된 사람들도 있었다. 그당시의 정부는 정권유지를 위하여 간첩사건을 이용했고, 마찬가지로 실제 북한의 간첩들도 활동하던 시기였기에 진실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당시에 모든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던 “사회주의, 혁명, 노동자, 맑스, 주체주의” 단어들에 의해 당시 살벌한 상황을 짐작할뿐이다. 지금은 이련 말들이 오히려 역동적이고, 참신하게까지 들리니 세월 속에서 변하는 인간의 신념이 오히려 무섭다. 이책을 읽으며, 외려 앞서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몰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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