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돌아온 그때 그 책! 독자들의 애타는 재발간 요청으로 출간된 <수상한 중고상점>을 읽어보았습니다. 열 분의 함성이분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볼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시작부터 굉장히 수상하지요? 상식적으로 장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이윤이 남는 거 아닌가요? 이건 대체 무슨 똥배짱인지! 이 수상한 상점의 주인은 가사사기입니다. 히구라시도 함께 일을 돕고 있지요. 가사사기는 장사보다 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한 수만 더 두면 되는데""체크메이트다!"도통 알 수 없는 가사사기의 머릿 속. 또 그만큼이나 엉뚱한 추리. 신기한 점은 제법 그럴싸하다는 겁니다. 히구라시의 남은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문제의 해결보다 본인의 추리에 취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는 마지막엔 꼭 이런 말을 남기며 현장을 떠나지요."게임이란 맺고 끊을 때를 알아야 재미있는 거야.(57p)게임이 끝나면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법이야.(132p)"가사사기 본인은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의 뒤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은 히라구시입니다. 가사사기의 추리가 착착 들어맞도록 애를 쓰고 진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문제를 해결하지요. 생각치도 못했던 강간 협박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며, 아픈 이의 마음을 보듬어줍니다.히구라시가 했던 말 중 단연 최고는 굽이굽이 강과 우리네 인생사를 비교한 것입니다.🏷142p_ 만약 이 강이 쭉 곧았다면 그림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렇잖아요. 그래서는 전혀 강답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강은 이게 올바른겁니다. 굽이굽이 휘어지며 흐르는 법이에요. 구부러져 있으니까 흐르는 겁니다. (...)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어젯밤 9시 타임 뮤직 빈야사에서도 직선과 곡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또 한번 <아티스트웨이>의 동시성과 연결성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직선으로만 살기 어렵습니다. 곡선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죠. <수상한 중고상점>에서 히라구시가 이야기하듯, 구부러지는 건 참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굽이쳐 흐르며 이어집니다. 오르락이 있으면 내리락이 있지요. 이것을 편안히 받아들이면 인생도 한결 자연스럽게 흐를 것입니다. 🏷145p_ 나는 지금 이 자리를 떠나기가 정말로 아쉬웠다.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서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겠다는 뜻이리라. 이 책의 한 챕터 챕터가 끝날 때마다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잊고 싶지 않다는, 소중히 하겠다는 마음 때문인가 봅니다.🏷317p_ 귤은 접목으로 늘리는 거다. 우리 밭의 귤나무도 가지에 열리는 열매는 온주귤이지만 뿌리와 줄기는 온주귤이 아니야. 기주귤이지. 하지만 맛있지? (...) 맛있는 온주귤 열매가 자신의 줄기와 뿌리는 온주귤이 아니라고 고민한다면 웃어넘기고 싶지 않겠느냐?마지막 에피소드는 이 책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사기꾼 같은 주지 스님과 양자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첫 사건의 도둑이 여기에도 나타나 결국 잡혀가게 되니 통쾌함마저 더해집니다. 🏷322p_ 수상한 중고상점의 가사는 행복이며 멜로디는 하얀 거짓말일 것이다. 본문에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좋겠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는 등장인물의 생각을 빌려 작가가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역자 후기를 보고나니 '거짓말이 만드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며 나미도 가사사기의 갸륵한 추리와 히구라시의 선한 거짓말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듯 했지만요. 서로를 위해 알면서도 속고 속아주는 :) 스미에도 사치코도 나미 가족과 소친까지 모두모두 수상한 상점 덕분에 행복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러실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