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답 형식이니 공자의 <논어> 정도 인가 하며 가볍게 책을 넘겼다. 1장에 달마대사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어릴 때부터 가지각양의 달마대사를 보고 자랐던지라ㅎ 그런데 쉽게 봤다가 제대로 혼구녕이 났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요?!?!!?!?? 논리가 없는 선문답에 질려 멍 때리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인 것은, 해설이 있다는 점! 안그랬으면 정말 한 쪽도 못 넘기고 낑낑대고 있었을 것이다. 해설에 몸을 기대어, 거의 눕히다시피 하여ㅎㅎㅎ 읽고 또 읽었더니 어느새 600여 페이지가 끝이 났다. 아... 이건 그냥 무조건 칭찬 받아 마땅하다. 짝짝짝>_<
어쨌거나 읽다 보면 이해할만한, 혹은 들어봄직한 구절들도 나온다. 몇가지 선문답을 소개해보겠다.
41p_ 제6칙 운문일일시호일/운문, 날마다 좋은 날
운문수어문/운문이 말했다.
십오일이전불문여/십오일 이전에 대해서는 그대들에게 묻지 않겠다.
십오일이후도장일구래/십오일 이후에 대해서 한마디 해보아라.
자대운/스스로 대신해서 말했다.
일일시호일/"날마다 좋은 날."
'15일 이전' '15일 이후'라고 했지만, 운문의 답은 '이전' '이후'라고 하는 분별을 넘어서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문자에 구애되어 이전, 이후라는 분별에 잡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운문의 '일일시호일!', 이 한 마디는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분별을 일거에 분쇄해버린다.
437p_ 제77칙 운문호병/운문, 호떡
승문운문/승이 운문에게 물었다.
여하시초불월조지담/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넘었다는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문운/운문이 말했다.
호병/호떡
호떡이 먹고 싶어졌다. 그런데 해설을 보다가
아.............! 무릎을 쳤다.
호떡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호떡으로 균열이 난 곳을 메우라고 주었더니, 쉴 새 없이 먹어 배를 채우기만 하다니.
지금 천하는 소화불량이다."
스스로 깨칠 생각은 않고, 무턱대고 공안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염려한 말씀이라니.
그 깊은 뜻을 도저히 헤아리가 어렵다.
그래도 무릎을 칠 정도는 되었으니 다행이랄까?
574p_ <가태보등록> 권23
"계곡의 물소리가 부처님 말씀,
산의 풍광은 부처님 모습,
이 한없는 설법을
후일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할까"
난해하기 짝이 없는 <벽암록>을 어떻게든 읽어낼 수 있었던 건 혜원 스님 덕분이다.
'진실한 자기'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묻고 답하기를 반복해야한다.
벽암록이 그 시작의 물꼬가 되어 주었다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김영사'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