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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 극단의 세상에서 나를 바로 세우다
법인 지음 / 김영사 / 2021년 3월
평점 :
스님들의 산문집을 좋아했습니다. 익히들 아시는 법정 스님 산문집을 특히나 좋아하였고, 20대 후반에는 법륜 스님과 혜민 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순간, 스님들의 산문집을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친정에 신간 도서가 보여도 손이 잘 가지 않았지요. 이제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니, 나 스스로를 엄마와 아내로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 있는, 주어야만 하는 사람_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미 나는 사랑과 희생의 산증인이니, 더는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라고 미리 방어벽을 치고 있었던 거지요.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 덕에 정말 오랜만에 스님의 산문집을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역시 사랑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말씀해주시는 스님의 말씀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극단의 세상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삶의 중심을 찾도록 도와주는 책이었습니다. 스님의 좋은 말씀들을 그러모아 거듭 읽으며 매일 '나'를 바로 세우는 데 정성을 쏟아야겠습니다.
36_ 살다보면 익숙하고 편리한 일상에 가끔 복병이 출현한다. 낯설고 불편한 일이 닥치면 나는 즉시 생각을 바꾼다. 삶의 유쾌함과 불쾌함은 어떤 사태에 대한 해석과 적응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라고 했다. 어느 상황에서도 고정된 관념과 습관에 갇히지 않고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처신한다면, 그 자리가 빛나는 자리라는 의미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물이 나오지 않을 때, 스님은 이렇게 생각을 바꾸셨다고 합니다. '이게 뭐 죽고 사는 일이랴. 전기가 없는 1960~1970년대에도 태연하게 살았는데! 그런데 지금은 쌀이 있겠다, 김치가 있겠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겨울 경치를 보며 사는데 뭐가 부족하고 절박하겠는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봅니다. 스님의 생각을 본받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어떤 나쁜 상황도 고통을 넘어선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무엇이든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웃어넘길 수 있게 되니까요.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딱! 멈추어 서기로 합니다. 내면을 바라보고 상황을 인정하면 평온해집니다. 그 자리에는 감사와 기쁨이 채워질 것입니다.
99_ 지금 여기 나는 홀로 살아가지 않고 사람과 사람 속에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업'이라고 하는 가치와 욕구가 서로 다르기에 늘 갈등하고 충돌한다. (...) 저마다의 '나'가 확장하여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럿 가운데 하나가 있다. 그리고 하나가 곧 여럿이다. 사회의 변화와 나의 변화가 선후 없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혼탁한 세상에서 내가 평화롭고 아름다워야 한다. 일상에서 나의 소소한 행복을 키우고 가꿔야 한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 오직 작은 일을 위대한 사랑을 담아 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며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 소소한 행복과 사랑으로 하루를 채우는 것_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더 밝히는 일이라 믿습니다 :) 이 책의 시작하는 글에 실린 법인 스님의 시 몇 구절을 옮겨 적어봅니다.
9_
본디 정해진 길, 그런 길은 없다.
가면 열리는 길, 그런 길은 있다.
...
내가 서 있어야 할 '바탕'에 내가 서 있고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내가 길을 가면
그곳이 바로 '중심'이다.
천길 벼랑 끝의 나뭇가지 붙잡고 있는 그대, 당장 그 손을 놓으시라.
천길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대, 당장 한 걸음 내딛어라.
지금 여기, 머뭇거릴 이유 없네.
남은 주말, 오롯하게 살아있음을 느끼며 잘 마무리해보겠습니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