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제시버튼
#김영사
책을 다 읽고 나서 컨페션이 무슨 뜻인지 찾아봤다. '자백, (수치스러운 일의)고백, 고해성사'와 같은 뜻이 나왔다. 누구의 고해인가. 엘리스에 대해 숨겨두었던 코니의 고해일 수도 있겠고, 로라로 향하는 로즈의 고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1982년의 엘리스 모소와 2017년의 로즈를 오가며 진행된다. 배경은 둘 다 런던이다.
1982년 스물둘 엘리스와 서른여덟 여성작가 콘스턴스 홀든(코니 혹은 콘이라 불린다)의 첫만남과 곧이은 동거, 동성애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코니는 <초록 토끼>라는 소설을 쓰던 중이었고 그녀에게 엘리스는 뮤즈였던 것 같다. 결국 초록 토끼는 엘리스였으니까.
첫번째 소설 <밀랍 인형>이 <하트랜즈>라는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어서 코니와 엘리스는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가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P55_ 코니는 엘리스를 멍청한 쇠물닭으로 만들어놓았다. 수면에 이는 잔물결. 욕망 때문에 편협해진 머리 작은 새. 엘리스는 자신이 너무 무능하고 너무나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곳에서 엘리스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자신을, 오직 코니의 사랑만을 원하는 자신의 삶과 로스앤젤레스를 지긋지긋해하기 시작한다. 그 즈음 코니의 영화에서 주연 여배우를 맡게 된 바버라와 코니의 관계가 심상치않다. 하필 엘리스의 생일 파티에서! 엘리스는 그 둘의 관계를 확인하고야 만다.
2017년 로즈. 늘 엄마의 존재가 궁금했던 아이는 어느새 서른 넷이 되었다. 조와 동거 중이며 늘 스스로가 타인의 인생에 조연으로 존재한다고 여긴다.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엄마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았다는 한 작가에 대해, 엄마와 그 작가의 관계에 대해 듣게 된다. 그 작가가 쓴 책 두 권도 함께. 엄마에 대해 묻는 편지를 쓰기 위해 작가의 주소를 알아보려 에이전시에 연락 했다가 우연찮게 작가의 도우미로 위장 취업을 하게 되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 같아 걱정되네요. 그 이상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라며!)
철저히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살아온 엘리스의 삶이 안쓰러웠고, 아이를 갓 낳아 우왕좌왕하며 우울증으로 각종 환각에 사로잡히는 그녀의 하루하루에 공감 했다. 애초에 그와는 잘못된 관계였고 사랑 없는 결실이 초래한 결과이기에 그 둘을 마냥 탓할 수도 없었다. 신뢰가 없는 관계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P324_ 자신을 돌보듯이 사랑도 돌봐야 해. 사랑이 혼자서 유지되며 자라기를 바랄 순 없어. 우린 사랑을 돌보지 않았어, 조.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그러길 원하지 않았고.
P409_ 난생처음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되어 내 이야기를 꺼냈다. (...) 목표란 달성하고 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와중에도 로즈가 로라로 변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아니다. 로라도 로즈에서 나온 것이니 결국 로라도 로즈다. 로즈가 자기 비난을 멈추고 타인의 삶에 조연이 되어 희생을 자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좋았다. 마침내 그녀의 진짜 삶, 진짜 시간이 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마음 깊이 그녀의 삶을 응원하며 함께 기뻐했다.
갇혀 있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 오늘 하루도 더욱 자유롭기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