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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 박권일 잡감
박권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7월
평점 :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다수의견에 가려진 소수의견에 비유한다. 자신의 논지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의견일 뿐만 아니라 진보 내에서도 소수의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수의견도 시대가 변하면 다수의견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의 소수의견이 내일의 상식이 될 것”을 희망한다.
소수의견, 이 책의 내용들은 자칭 소수의견인 박권일씨가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이다.
그 글들을 다음 다섯가지 주제로 정리 했다.
잡감 하나. 정치의 거리
잡감 둘. 온라인 브리콜라주
잡감 셋. 낯선/날 선 일상들
잡감 넷. 오늘의 이데올로기 비판
잡감 다섯. 88만 원 세대, 그 이후
다섯가지 주제 모두 많이 와닿았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시대의 이야기들이 담담하지만 객관적으로 잘 담겨 있다. 저자는 70년대생인데 486세대와 88만원 세대 사이에서 비교적 아래 위를 3자의 시각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486의 이념과 생활의 이중적인 모습도, 88만원 세대에게 주어진 답답한 현실도 ..
특히 나는 20대이다보니 마지막 장 '88만 원 세대, 그 이후'가 조금 더 가까이 느껴졌다. 매년 오르는 대학 등록금과 어려워지는 취업의 문, 비정규직과 불안감... 주위를 봐도 이런 문제들에 벌써 힘들어하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나 한명이 어떻게 바꾸기도 힘든, 이미 학습된 무력감에 다시 좌절하거나 반대로 초인적인 자기개발과 성공주의를 믿고 세상과 조직의 원칙에 충성을 다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불안해하면서 적당히 방황하거나... 그런데 앞으로도 이 사회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게 정말 좌절이고 불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20대가 정치적이지 않고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여기저기에서 있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세대론적인 프레임으로 비판을 하는 486 세대를 비판한다. 정치적 관심이나 이념은 세대와 상관없이 급변할 수 있는게 지금의 한국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분노를 힘없고 발언권이 없는 괜한 20대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 아닌가 싶다.
처음에 저자는 자신은 소수의견이지만 시대가 변하면 그것이 다수의견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의 의견들과 시각은 소수여서는 안될, 다수여야할 것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소수중의 소수의견이라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반갑다가도 맥이 빠진다..
경계인으로서 문제를 직시하고자 하는 저자의 외침 때문에 내 귀엔 세상에 반하는 소수의견이 왠지 다수보다도 더 크게 들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 소수의견이 크게 들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