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지 모건스턴의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을 읽었다. 원제는 Cucu la Praline. (원제가 어느 나라 말인지, 무슨 뜻인지 아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밑도 끝도 없이,

“아기들이 우는 것은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에 오줌을 쌌거나, 아니면 좀 안아 줬으면 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소피는 그런 이유로 울지 않았다.”...

소피는 맘에 안 드는 옷을 입히면 앙앙 울어댔다. 그게 벌써 4개월 때부터였고, 말을 하기 시작하자 엄마, 아빠 대신 “소개, 깃, 단추, 주름, 주머니.” 등을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라는 작가지망생을 위한 고전과 같은 책을 읽고 있다. 거기서 나오길 플롯이 강한 이야기와 인물이 강하게 부각되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은 플롯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이미 인물이 무척이나 개성이 강하다. 4개월부터 입기 싫은 옷은 거부했다지 않은가!

우리가 얼마나 옷차림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지, 또 나도 평가당하는지 생각해보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을 함께 보자.

“소피는 분명히 발은 두 개인데, 왜 사람들은 똑같은 구두 두 짝을 신는지, 또 왜 같은 색깔의 양말 두짝을 신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거기 철학을 가졌으며, 그것으로 시를 쓰고 있는 소피. 너무 멋져서 책에다 밑줄을 치고 별표를 백개 정도는 그려두었다.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쓰는 것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내 몸은 종이고요, 두 손은 만년필, 두 눈은 영감의 창이에요. 모자는 느낌표이고, 스카프는 쉼표, 레이스는 말줄임표죠.”

우리는 얼마나 자신다운가? 얼마만큼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을까? 이미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면, 그건 왜일까? 자신다움을 지키기 위한 건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남에게 쏟기 때문이다.

소피는 결국 자신의 옷입기 방식을 굽히고 학교 규칙에 타협하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를 끝까지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통쾌함을 모두가 느꼈으면 싶어 말을 아끼고자 한다.

무척이나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책,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