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벤트 일공일삼 62
유은실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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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의 <마지막 이벤트>를 읽었다. 유은실 작가의 작품은 <멀쩡한 이유정>, <나도 편식할거야>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로 접했다. 검증된 작품들만 읽어서인지 여태 그 작품들은 모두 좋았다. 이번 작품도 큰 기대 없이 읽었다가 막판에 아주 그냥 눈물을 쏙 뺐다.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눈물을 퐁퐁 흘린 건 참 오랜만이다. 제목만 봐선 전혀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작품의 중반부 이상 넘어가야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영욱이는 할아버지와 방을 같이 쓴다. 이상하게도 아빠는 할아버지를 정말 싫어하지만 영욱이는 할아버지가 정말 좋다. 첫 장면은 이렇다.

우리 할아버진 일흔아홉이다....
“일흔아홉, 죽기 딱 좋은 나이지.”
입버릇처럼 그런다. 작년에는,
“일흔여덟, 죽기 딱 좋은 나이지.”
그랬고 재작년에는,
“일흔일곱, 죽기 딱 좋은 나이지.”

이미 첫 페이지에서 나는 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읽고 싶어졌다. 입 냄새도 심하고 몸에서도 늙은이 냄새가 나는 할아버지랑 한 방을 쓰는 게 좋은 영욱이가 참 예뻐 보여서 이야기가 계속 궁금했다. 3대가 같이 사는 게 드물어진 요즘, 개인주의에 익숙한 시대에 (일단 나부터가)손자와 할아버지가 같이 방을 쓰는 이야기가 평범할 리 없다.

늙고 병든 아버지를 둘러싼 어른들의 심리상태가 정말 현실적이었다. 늙고 병들어 보살펴줘야 하는 노인은 어른들에겐 짐짝보다 못할 존재일 뿐이다. 대사가 가슴을 후벼 팠다.

“영욱이니?”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할아버지 죽을 것 같대.”
“오늘은 바쁜데.”
“그래도 죽을 것 같대 진짜로.”

아이들한테 한 챕터씩 한 챕터씩 읽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른들의 냉담함에 실망도 하고 주인공 영욱이 만큼이나 상처도 받고 눈물도 흘리는 아이도 있을거다. 그 어떤 작품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작품일거라는 기대가 된다.

최근 <Call me by your name> 이라는 영화를 봤다. 이탈리아 여름의 초록이 눈부신, 그 초록보다 더 눈부신 젊음과 뜨거움에 마음껏 몸서리 칠 수 있는 영화이다. 영원한 초록이 어딨겠는가. 하다못해 상록수도 잎은 떨어진다. 영화 막바지에 주인공 엘리오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주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유은실 작가의 이 작품을 읽고 이 영화의 대사가 함께 떠올라, 이 곳에 남겨본다. 소멸된 당신과 소멸되어 가는 나. 함께 가여워하며 함께 등을 쓰다듬어주자.

“How you live your life is your business. Just Remeber. Our hearts and our bodies are given to us only once. And before you know it, your heart’s worn out. And as for your body. much less wants to come near it. Right now there’s sorrow. Pain. Don’t kill it and with it the joy you’ve f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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