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서 느껴지는 장난스러움과 달리 내용물은 진지한 범죄 미스터리물이다.
논리를 쌓아가며 사건의 가설을 세워나가는 고전적 퍼즐 미스터리 스타일(일본 추리 작가들이 좋아하는 말로 '엘러리 퀸 식'의)의 '안녕 세븐틴', '인식 너머의 살인자', '야곱의 사다리' 부터 최근 유행하는 호러 미스터리 스타일의 '프랑스 인형과 여행하는 남자', '얼음 귀신을 모시는 아이들', '종이 빨대는 좋아하세요?', 특수 설정 미스터리에 가까운 '12시의 신데렐라', 라디오라는 고전적인 미디어와 인터넷 게시판(아마도 DC로 보이는)을 옮겨다니며 전개되는 미스터리물 '그 집의 크리스마스트리는 핼러윈 한정', 그리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제목을 밝힐 수 없는 서술 트릭 미스터리 등, 폭넓은 미스터리의 서브 장르들을 능숙하게 다뤄냈다.
수록작 전부 초단편이지만 하나하나의 내적 볼륨은 중장편급이다. 전개상 필요 없는 부분을 과감히 생략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웹소설 식 생략과는 다르다. 오히려 반대로 웹소설이라면 중요하게 생각할 법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외면적 모습이나 성별 등의 스펙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감정적 변화와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한다. 장르 소설이면서 문학적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도 특별하다. 문학과 웹소설 그 어느 쪽도 아닌 골목길에서 본격 미스터리의 음유시인이 부르는 노래. 그 정도가 딱 알맞은 표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