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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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듯한 고서점 주인과 난독증으로 책을 읽을 수 없는 주인공의 관계는 작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들이 함께 몇 권의 책을 통해 추적해가는 인연과 사연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내 책장의 책들은 다시 정겨운 눈으로 돌아보게 한다. 오래돼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책은 왠지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주곤 한다. 특히 헌책방에서 이책 저책 보고 있으면 왠지 그 사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책 애호가들의 환상을 대신 충족시켜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일종의 가만히 앉아서 겪어보는 모험일지도. 

2권에서는 총 네 권의 책에 얽힌 사연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지금은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작가인 시바 료타로가 젊고 보잘것 없던 시절 다른 이름으로 쓴 책 <명언수필 샐러리맨>에 얽힌 사연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어떤 대단한 책의 이름을 대며 이 책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소 하지만 정작 인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창한 이름보다는 나와 내밀한 인연이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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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항구
올리비에 롤랭 지음, 우종길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8월
절판


친구나 친척들의 죽음도 배신만큼 사람을 파멸시켜 놓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의 출발점이 되는 인간 존재의 깊은 감수성을, 죽음은 고스란히 유지해 준다. 죽음은 발자취, 사진, 편지, 옷가지, 머리다발 등을 보존해 주며, 우리는 이것들을 통해서 아름답고 찬란했던 나날들에 대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살려 회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록 빛이 바래고 흐릿해진 모습이지만, 그래도 그 모습은 조심스럽게, 다정스럽게 그 나날들을 돌이켜 회상하게 해줄 뿐,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돌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반면에, 배신은 그 무엇 하나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놓아두는 법이 없으며, 과거를 뒤집어엎고 그 의미를 철저히 오염시켜서 과거까지도 훼손시킨다. 처음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저 레스토랑, 아직 감히 서로를 너무 바라보지도 못한 채 황홀하게, 믿어지지 않는 듯이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던 그 레스토랑, 그 앞을 지나갈 때는 언제나 서로 손가락을 지그시 눌러서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랐다는 것을 서로에게 표시하곤 했던 그 레스토랑, 마치 마음속으로 기념해 보려는 듯이 때때로 되돌아가 보았던 그 레스토랑. 그럴 때면 우리 모두는 상대에게 했던 어색한 말이라든지, 몸을 떨리게 만들었던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돌이켜 회상하기도 한다. 그 레스토랑이야말로 저주받은 곳처럼 피해야 할 장소이고, 그곳이 있는 거리를 지나가는 일도 회피해야 하며, 그곳의 이름만 생각해도 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친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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