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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얀 마텔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름 돋게 떠오르는 사실, 신앙에 대해 고민이 생기거나 의구심이 샘솟을 때마다 얀 마텔의 소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
저번 파이 이야기를 읽을 때도 믿음이란 무엇인가, 믿음이 약해졌을 무렵이었는데, 요즘 취업과 죽음에 대해 고민이 늘어가는 이 시점에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만나다니, 정말 소름 돋는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작가의 신작이다. 파이 이야기 때도 그랬지만 ,, 이번 신작도 최소 10번 정도는 읽어야 할 듯… 파이 이야기 보다 더 심오하고 깊고 상징과 비유가 많은 듯하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3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들의 삶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주며 공통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곳이 바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다.
초반에는 이 ‘산’이 정말 높은 산인 줄 알았지만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의 산은 높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이 포르투갈 산의 높낮음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인물 3명의 지향점이었던 ‘포르투갈의 높은 산’, 그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3명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기독교와 믿음에 불신을 키워가며 신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 소설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감정과 행위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뒤로 걷는 행위가 그러하다. 하지만 3명의 인물이 신을 부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들은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 가까워지고 그들의 부정은 부정이 아니 게 된다.
부정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을 찾게 되고 믿음이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무섭고도 되돌아보게 된다. 최근 내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거나, 죽음에 가까워지거나, 하늘나라로 가버린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취업은 취업대로 스트레스인데, 나와는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죽음을 보게 되니 정신적으로 어려웠다. 내가 마치 이 소설의 인물이 된 것 같은 상황과 심정이었다.
선교 이후로 핫했던 신앙심은 사라질 듯하고, 내가 ‘온전한 신뢰’ , ‘온전한 믿음’이라고 생각해오고 믿었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했다. 내가 지금까지 ‘하나님의 도우심’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의미 부여’가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의심 말이다.
이런 의심은 내가 믿는 하나님이라는 존재로 이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딱 이 시기에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게 되었고,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나의 의심들 중 몇몇 개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향하면서, 내 믿음 또한 다시 회복되고 있음을 느낀다. 의심이 생성됨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승화시키고 훈련하는 게 신앙의 훈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인물들 또한 포르투갈의 산을 향하면서 신앙의 훈련을 한 게 아닌가 싶다.
하,,,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책을 다 읽고 떠오른 또 하나는 이 책을 목사님께 선물해야겠다는 것.. 왜때무닌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