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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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오브 파이는 파이라는 사람의 표류기, 생존기이다. 보통, 이런, 비극적인, 한 사람의 삶에 있어 생사가 오가는 스펙터클한 이야기의 경우, 극적인 제목을 붙일 만도 한데, 작가는 책의 제목을 라이프 오브 파이’, , 파이의 삶으로 정했고,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왠지 허클베리핀의 모험과 같이 제목으로 명확하게 암시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제목만 봐서는 생존기라고 추측할 수 없기 때문에,(내가 그랬다) 책을 읽고 나서 더 궁금해졌고 작가가 그려놓은 소름도는 빅피쳐를 맛보았다
 
  소설은 파이라는 인물이 주체가 되어, 1인칭 시점에서 상황을 판단하고 감정을 표출한다. 어린 시절부터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까지, 배의 침몰과 동물의 약육강식, 뱅골 호랑이와의 표류기에 이르는 모든 순간이 파이의 서술로 이어진다. 그리고 소설의 80% 이상이 생존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목은 그가 처한 필사적 생존 상황보다는 그의 삶에 집중한다.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었던, 종교의 구분을 초월한, 신 그 자체를 사랑한 파이의 어린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파이가 참 특이한 캐릭터라고 여기고 지나갔었는데, 배가 난파하고 생존이 시작되면서 깊어지고 진지해지는 신에 대한 믿음을 보면서,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다 복선이었고, 이 소설의 한 축임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죽음의 두려움에 침몰하며 희망이 잠식되어 가던 표류 초반과 달리, 점차 기나긴 표류에 적응하고,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고 의지해가는 후반부에 다다르면, 파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가며 매시간마다 기도를 한다. 위기의 순간에 절박함의 산물로 신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초월한 신에 대한 믿음을 표출하는 파이의 모습을 통해, ‘믿음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마지막 부분에, 일본인과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다른 이야기, 동물들과 함께 했던 표류가 사실은 비유적인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하지만 둘 중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모른다. 이 부분에서 믿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다.

   어떤 것을 믿을지는 나의 믿음에 달려있다는 것.
좁게는 두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에서부터, 넓게는 신에 대한 믿음에 이르기까지, 내가 선택한 믿음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에 따라 나의 시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변화하고 태도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무언가를 믿는다는 행위는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작가가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을 지은 이유가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세상 넓은 바다에서의 표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지만 표류하기도 한다. 우리가 곧 파이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살아내가는, 생존하는 주인공이다. 그러한 삶 속에서 무엇을 믿으며 어떻게 살아갈지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믿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해야 하는가'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한 10번 정도 읽어야 할 듯하다. 매우 심오하며 어렵다.

+ 강렬하고 인상 깊은 일러스트들 덕분에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그림들만 보아도 새롭다. 인상주의가 떠오른다.
인생책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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