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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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계절을 탄다는 것, 특히 가을을 탄다는 말이 너무 싫다.
가을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중도를 지키는 내가 최애하는 계절이지만, 중도를 지키는 가을이 사람의 감정을 싱숭생숭 뿡까뽕까하게 흔들다니! 최애 계절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최애의 계절이 나 다시 돌아왔다고 얼굴을 내미는 순간,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가을 타기 싫었는데, 나의 정신은 가을에게 무방비 상태로 당해버렸다.

가을을 탄다는 건, 커플들을 제외해버리고~ 솔로들에게는(~~) 지난 남친이 떠오르고, 과거의 사랑했던 찬란한 시간들이 그립다 가도, 왜 현재 내 옆에는 남친이 없는 것인지, 왜 나는 솔로인 건지, 왜 나는 외로운 건지,,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자아성찰도 아닌 것이 자아비판도 아닌 것이 아무 결실 없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린다.

그런 찰나에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이라는 에세이, 그것도 뮤직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사랑이 달다니, 끈적하다니, 오랜만에 사랑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지 문뜩 궁금해졌다.
하지만 솔로의 삶이 오래되면 아가페, 플라토닉 러브만 넘쳐나다 보니, 이성적인 러브(에로스?)의 존재를 잊어버려, 일단 박상 작가님이 말하는 달달해서 끈적한 사랑이 무엇인지 느껴보기로 했다.
 
처음 책 표지만 보고 제목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겠지..?나는..ㅋㅋ 온전한 제목을 읽는데 찰나의 순간이 필요했다.
사랑에 관한 뮤직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책 속에는 사랑과 사랑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뮤직 에세이는 처음인데,
각각의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와, 왜 이 노래가 작가에게 울림인지, 일기인 듯 일기 아닌 일기 같은 문체와 형식으로 유머를 한가득 머금음 글이 생성되어있다.

뮤직 에세이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유머, 가볍고도 무거운 진지함이, 유머로 포장되어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친근함 속 가볍지 않은 통찰과 시선이 녹아있어 
이 에세이는 '츤데레 문장 밭 같다. 

박상 작가님의 매력은!!!
유머와 장난기 섞인 상상이 가는 그런 말투의 문체로, 친근한 오빠와 이야기하는 듯한 최면에 빠지다가도! 뼈 있는 옳고 생각해볼 만한 문제와 그의 생각을 툭 던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 오~ 존멋~ 심쿵~'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이 문장은 음악의 미학을 쉽고 재미나게 알려준 것 같아, 너무 마음에 든다.
나에게 있어 음악은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데, 그래서 음악은 너무 소중하고, 내가 느낀 음악에 대한 감정이! 박상님께서 이렇게 친근하고 똑 부러지게 설명해주다니!!!! 너무 희열을 느꼈다!!  속이 뻥 뚫린 이 기분~

음악이라는 백신...크~ 말의 장인이시다.
멋지다.. 친근한 언어와 고급진 언어를 자유자재로 콜라보해 이렇게 옳고 멋진 문장을 생성하시다니..
책장을 넘길수록 박상님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나는 학교 등교할 때, 지하철 안에서, 수업 쉬는 시간에, 가끔은 수업 안 듣고ㅎ
틈틈이 읽었는데, 
지하철 속 휴대폰만 쳐다보는 복제인간들 사이에서 박상님이 추천한 음악을 재생해 에피소드를 읽으면, 힐링도 그런 힐링 없다.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고,,
음악이라는 마약 안에서 박상님의 뮤직 에세이를 읽으면
나만의 세상이 펼쳐진다..ㅎ 남의 시선 따위 개나 주게 돼버린다.

 

이 부분은 ㅋㅋㅋ<비와 당신>에피소드인데,,ㅋㅋㅋ
이 노래를 들어야만 했던 이유가 너무...웃..겨,,,ㅋㅋㅋㅋ

나는 가수나 곡에 빠지면 그것만 파는,,,
무한 반복 재생해서 듣는 그런 사람인데,
왜 이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듯하다.
그냥 좋으니까 듣지였는데,
이때 이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게 새로웠고 귀여웠고 인정되었다.

사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음악과 여행과 일상과 일기의 혼합이 더 맞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의 사랑은 내가 생각했던 사랑이 아닐 수도 있음을 느낀다.
처음 내가 생각한 사랑은, 가을의 장난질인지는 몰라도,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
물론 이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도 존재하지만, 이 사랑보다도,
책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느껴지는 사랑이 있다.

박상님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오지게 달달하고 끈적하다.

남녀 간의 사랑이든, 음악에 대한 사랑이든, 플라토닉 러브이든, 아가페든, 에로스든,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을 하고,
달달하고 끈~적하게 하면 되는 것!

첫 뮤직 에세이라 설렜고, 이 에세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달달함하고 끈적해졌으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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