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인상

단델라이언, 일단 단델라이언’의 첫인상을 회상해보자.

아이보리 바탕에 검정색 민들레 꽃, 나에게 민들레는 하얗고 보송보송한 이미지인데,
단델라이언 표지의 민들레는 어둠의 표식같이 느껴지며 민들레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심어주었다. 또한, 책 제목인 ‘단델라이언’, 입으로 소리 내어 읽었을 때, 사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뇌 속에 떠오르는 심상들은 부정적인, 악마의 이름 같은 것이었다.

 

가와이 간지

  나에게 추리소설은 독서의 맛을 알게 해주고 현재까지 독서의 습관을 유지시켜 준 고마운 장르이다. 특히 나의 추리소설 입문의 시작은(셜록홈즈 시리즈를 제외하고=레전드이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씨의 동급생이며, 이후 히가시노 게이고씨의 추리소설은 거의 다 읽고 그의 팬이 되었으며, 일본 추리소설을 넘어 미국 추리소설까지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다.(빅 피처를 생성한 더글라스 케네디씨의 팬이기도 하다 ㅋ). 그렇기에 나에게 일본 추리소설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미지가 툭 튀어나온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입덕 작가가 +1이 되었는데, 바로 가와이 간지씨이다.
 
작가정신을 통해 가와이 간지씨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나는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가 쓴 작품 전체를 다 읽고 섭렵하려는 성덕이 되기 위한 욕망이 생기는데, 지금까지는 코난 도일, 히가시노 게이고, 더글라스 케네디, 기욤 뮈소, 이병률, 이석원작가분들뿐이었다. 하지만 ‘단델라이언’의 마지막 표지를 덮는 순간, 내가 파야 할 작가가 또 생성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단델라이언’이 그의 3번째 작품이라는데, 추리 소설 그 이상의 울림을 주기에 그의 작품에 입덕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씨를 좋아하는 이유는 ,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그 안에 작가의 현실 비판 의식, 그가 전달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추리 소설의 치밀한 전개와 떡밥들(암시들), 떡밥 회수와 생각 지 못한 반전들까지 똘똘 뭉쳐, 음식으로 치자면, 고오급 호텔의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한 끼를 먹은 느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씨 뿐일 줄 알았는데,
가와이 간지씨 또한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씨에게서 느꼈던 황홀감을 주었고, 떡밥 회수와 반전 측면에서는 더욱 뛰어난 것 같기도 하다.
빨리, 그의 이전 작품들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불타오른다.

 

 

단델라이언

 

단델라이언’은 개방형 밀실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미라화된 시신이 발견되는데, 이 사건의 전말을 풀어나가는 스토리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몇 가지 핵심 떡밥을 제공하며, 이 핵심 요소들이 소설을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가는 중심축이고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 결말까지 큰 영향을 준다.
   특히, ‘
하늘을 나는 소녀라는 민담, ‘민들레 모임’, ‘쌍둥이 자매’, ‘호텔 살인 사건, 중심추 역할을 하는 떡밥을 제공함으로써,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 인물관계, 사건의 개연성을 연결하며, 소설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제공한 떡밥을 회수함과 동시에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고 사건의 전말을 풀어나간다.
  너무나 신나는 것은, 작가가 빅 피처를 가지고 설치해 놓은 떡밥들에 대한 진정한 의도가 이해되며, 사건에서 실마리로 사용될 때 느껴지는 쾌감을 맛보는 것이다. 또한 추리 소설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는 환경문제, 이에 따른 정치적 선동, 사람의 이기심, 도덕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사회적 문제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고민하게 된다.

 

리뷰, '민들레,단델라이언'에 대하여

'단델라이언’의  상세한 줄거리와 결말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 내가 느낀 스릴과 반전,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ㅋ

 

이 소설이 마음에 드는 점은
인물의 대사 여기저기에 단순한 대사 이상의 뼈 있는 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민들레=단델라이언’에 관한 대사, 문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소설의 핵심,
민들레 모임’, 소설 초반에서 소개하는 민들레 모임의 뜻은 다음과 같다.
‘민들레는 말이지, 자연의 상징이야. 민들레 꽃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언제까지고 남아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이 이름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어’

  이 문구를 통해 작가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식과, 염원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위의 대사이자 문구를 통해 민들레 모임에 자발적으로 합류한 주인공 히나타 에미의 가치관 또한 자연스럽게 나타내며, 작가는 소설 속 인물과 자신의 생각을 동시에 전달한다.

하지만,

소설 후반으로 갈수록 민들레가 가진 다양한 꽃말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 작가는 새로운 국면으로 방향을 틀어, 여태 내가 했던 추리와 생각들은 작가의 속임수에 빠져든 것이며, 약간은 농락당한 느낌을 준다

 

 

‘민들레 꽃도 꽃말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 어쩐지 전부 연애와 관련된 말들뿐이네요. 그런데 하나 더, 이상한 꽃말이 있습니다.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라고 하죠.’

  이 문구는 소설의 중반,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기 위한 수사에도, 도무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 등장하여, 현재 상황을 대변함과 동시에 사건의 전환이 일어남을 나타낸다.

그리고,

소설의 후반, 민들레의 의미는 한층 더 새로워진다.

‘Dandelion=단델라이언’은 프랑스어 ‘dent-de-lion’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래는 ‘사자의 이빨’이라는 의미다. 민들레 이파리의 뾰족뾰족한 모양이 사자의 이빨과 닮았기 때문이란다.’

   민들레 모임의 실체이자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는 단추임을 암시하는 문장으로, 책의 제목이며, 책 표지의 일러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문구이다.
 
 
‘단델라이언’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지극히 주관적이면 내 생각일 뿐입니다)

  인간에 대입해보자면, ‘민들레=이상향과 현실의 괴리, 인간의 폭력성’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책 표지의 검정색 민들레 꽃과, 민들레 솜털이 가시가 돋아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결국 인간의 폭력성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
주인공 히나타 에미’는 민들레에 꽂혀 있으며,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하지만, 이러한 이상향은 현실 속에서는 살인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괴리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맹목적인 이상향이 인간을 어떻게 타락시키는지, 이상으로 가장된 인간의 욕망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시킬 수 있음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작가에게 반한 점은,
결국에는,
민들레하나로,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한다는 것이다.
, 민들레의 다양한 꽃말과 의미변화를 통해 스토리를 전개하고, 변화하는 의미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 간에 얽힌 관계와 미궁 속의 사건도 풀리게 되는 것이다.
 
결말도 나에게는 충격이었고, 나는 추리의 자도 꺼내기엔 부족한 추리 실력을 소유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