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책 제목이 말하 듯,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이었고,
당신이라 사랑할 수 있다는 걸까?

정말 사랑의 정수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보게 됨.
시험기간에 감정 폭발함!!

 

 

 

 

허나 심장 대신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 안에서 뛰어 당신의 이름을 가만 불러보면 그 순간의 시공간이 그 울림에 장악되고 마는 현상이 사랑이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자꾸만 당신을 닮아가는 것과 이렇게나 멀리 있는데도 당신을 선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대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어야만 하는 거예요. 당신이 나를 믿어준다면, 우리는 당신이라는 빛과 나라는어둠을 동시에 품은 더 커다란 하나가 될 테니까요.

아마 사람들의 뒷모습은 그래서 각벽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토록 눈앞에 선연하건만, 그 형체와 그에 맺힌 사연들과 고유의 빛깔 무엇 하나도 손에 쥘 수 없는 것이었지요, 내 것은 아니니까요.

그 다채로운 역할들은 주연과 조연의 모습으로 우리들 삶을 이루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들이 저들 간에 격리되어 독립적으로 자생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각자의 삶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헤어지고 만나기를 되풀이하며 빚어내는 더 커다란 물결, 이를테면 우리의 무수한 자화상들이고 마는 것이었으니까요.

길 위에서, 비로소 나는 내가 너를 얼마나 간절히 꿈꾸는지를 알게 되었다. 너의 눈동자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통해서라야, 나는 앞으로도 진정한 자신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루종일 열두 번씩 마음속에 다녀가는 네게, 어떤 날은 정말이지 한걸음에 달려가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는 동안 지금 두 발로 딛고 선 땅이나 저기 먼 하늘의 끝을 바라보며, 네가 웃을 때와 똑 같은 표정을 지어보기도 한다. 너에게로 돌아갈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러니까 하루라는 시간만큼씩 내가 네가 다가가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지금의 이 삶도 충분히 견딜 만해지곤 했던 것이다.

하루 중 몇 초 동안, 그 모든 것들의 눈동자에서 날개 잃고 추락한 천사 미하일을 본다. 미소는 금세 말라버리지만, 나 자신도 그 미소를 따라 증발하고 세상의 이야기들만 선연히 남아 잔인할 정도로 진동하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는 모순과 역설이 되어가는 걸까요, 아니면 애초부터 그저 모순과 역설에 불과한 존재들인 걸까요. 우리는 모순과 역설을 자초하는 걸까요, 아니면 애초부터 모순과 역설에 기반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걸까요. 무엇 하나 끝내 알 수는 없겠지요. 모르는 게 있기 때문에, 삶은 여행일 수도 있을 테고요,

사랑이라는 말을 끓여 영원이라는 집착을 휘발시켜내는 동안, 그 곁에서 끊임없이 장작불을 지펴 올려 타오름을 지켜내는 동안, 나는 내내 슬프고 참 많이 슬플 겁니다. 그러다보면 그 슬픔이 고갈되어 나는 종내 밝은 빛을 내게 되거나, 혹은 그 슬픔이 눈물에 희석되고 희석되어 언젠가 투명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이루기라도 할 모양일까요. 당신을 사랑하는 일로, 그만큼씩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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