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구판절판


'미개발'의 공통점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아니라 자기네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즉 유럽이나 미국의 경제제도에 들어와있지 않은 그 '결여'입니다.-66쪽

경쟁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본적인 감정은 두려움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암묵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입니다. 열심히 쉬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가난뱅이가 될지 모른다, 집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공포. 혹은 병에라도 걸리면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라는 공포입니다.-98쪽

'대항발전'이란 말에서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의 '발전'의 의미, 곧 경제성장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거꾸로 인간사회 속에서 경제라는 요소를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대항발전의 첫째 목표는 곧 '줄이는 발전'입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각자가 경제활동에 쓰고 있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입니다. 가격이 붙은 것을 줄이는 겁니다. 대항발전의 두번째 목표는 경제 이외의 것을 발전시키자는 겁니다. 경제 이외의 가치, 경제활동 이외의 인간활동, 시장 이외의 모든 즐거움, 행동, 문화, 그런 것을 발전시킨다는 뜻입니다. 경제용어로 바꿔 말하면 교환가치가 높은 것을 줄이고 사용가치가 높은 것을 늘리는 과정입니다. -100쪽

인류 역사를 넓게 생각해보면, 관리된 10시간 또는 12시간을 매일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일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극히 부자연스러운, 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생활방식입니다.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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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공선옥 지음 / 삼신각 / 1995년 11월
품절


"가니?"
"응."
"너는?"
"나도."
"어디로?"
은이가 채옥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채옥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로."
은이는 채옥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채옥의 아이가 한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너는 어디로 가니?"
채옥의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에 은이는 잠시 허둥대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가리킬 방향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은이는 확실하게 손가락의 방향을 정했다.
"나에게로."
채옥은 알 듯 모를 듯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0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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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구판절판


그녀는 말한다.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 엔짜리 지폐다발이나, 불에 태울 때면 모두 똑같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불이 '오, 이건 칸트로군'이라든가, '이건 요미우리신문의 석간이군'이라든가,
또는 '야, 이 여자 젖통 하나 멋있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고 있는 건 아니잖아.
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것이든 모두 종잇조각에 불과해.
그것과 마찬가지야. 중요한 기억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 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저 연료일 뿐이지."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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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1. 아침 공기가 가득한 거리. 한 남자가 거리로 나와 카메라를 세운다. 매일 아침 8시, 14년간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온 이 사람. 셔터가 눈을 깜빡이고 '순간'은 그의 눈에, 필름 위에 고스란히 담긴다.
영화 <스모크> 를 떠올리면 오기(하비 케이틀)의 조용한 주름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길모퉁이에 있는 오기의 작은 담배 가게, 이곳에 들르는 사람들은 단지 담배를 사기 위해 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연 하나쯤 있어 보이는 그들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대며, 서로를 만나고 삶을 만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오기가 있다.


2. <스모크>가 폴 오스터의 한 단편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근거렸다. 가장 아끼는 영화인 <스모크>에 폴 오스터까지.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바로 그 단편이 담긴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어쩌면 이미 좋아할 마음을 준비한 채 읽은 책일지도 모르겠다.


3. (책 속에서)
10. 오기의 아파트. 밤
폴 : (계속 앨범 페이지를 넘기면, 고개를 흔들고 있다)
     사람을 압도한달까...그런 느낌이야.
오기 : (계속 미소지으며)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걸세. 친구.
폴 : 무슨 소리야?
오 : 내 말은, 자네가 너무 빨리 보고 있단 얘기야. 자넨 사진들을 안 보고 있어.
폴 : 다 똑같은 사진이잖아.
오 : 다 똑같지. 하지만 한 장 한 장은 다 달라. 밝은 아침도 있고 어두운 아침도 있어.
     여름 햇빛이 다르고 가을 햇빛이 달라. 주중의 날들.
     코트를 입고 장화를 신은 사람도 있고,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어.
     어떤 때는 같은 사람들이 보이고 어떨때는 다른 사람들이 보여.
     계속 낯선 사람들이 보이기도 하고, 낯익은 사람들이 안 보이기도 하지.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태양에서 오는 빛은 매일 다른 각도로 땅에 부딪히지.
폴 : (앨범에서 고개를 들어 오기를 본다)
     더 천천히 보라고? 응?
오 : 그래, 그랬으면 좋겠어. 자네도 알지.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시간은 하찮은 듯한 걸음 걸이로 기어간다.
- <스모크> 시나리오 中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이 장면. 영화를 보면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인데 텍스트로 만나게 되는 경험 또한 특별했다. 어쩌면 이 책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결국 이 대화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4. (책 속에서)
51. 브루클린 시가 상회. 낮.
밥 : 담배는 죽을 운명을 일깨워 주는 그런 것 중의 하나지.
     알아? 한 모금 빨 때마다 한 순간이 지나가고, 한 생각이 지나가.
     담배를 피우면 연기로 사라지지. 알아?
     그건 사는 건 죽는 거다라는 걸 일깨워 주는거야.
     어쩌면 모르겠어. 담배가 피우고 싶어질꺼야.
     하지만 어쨌든, 마지막이야.  자네와 함께하는 거지. 오기.
-<블루 인 더 페이스> 시나리오 중.

짐 자무시 감독이 연기했던 '밥'. 담배를 두고 나누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커피와 담배>가 떠오른다. 시나리오를 보니 폴 오스터가 밥이란 인물을 짐 자무시로 정해두고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5. 이 책은 반드시 영화와 함께 보기를 권한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죄를 짓는 것과도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스모크>와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서로를 돕는 영화와 소설이다.
편애(?)로 가득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즐겁게, 따뜻하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오스터 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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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느질 DIY - 동대문 패브릭으로 만든 내추럴 소품 50, Daily Fun
웅진씽크빅 편집부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1. 처음 바느질을 시작할 때, 재봉틀이 없어도 무언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 고등학교 가정 시간 이후로 바느질을 한 적이 거의 없는 초보 바느질꾼인데도 (서점에서 잠깐 책을 훑어보며) 큼직한 사진과 갖가지 재료 정보, 부록으로 담긴 실물본 등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데...

2. 책의 앞뒤에 달린 참고자료는 초보에게 아주 유용하다. 도구 설명, 요즘 유행하는 리넨 원단의 선세탁 방법, 간단한 손바느질 방법 소개, 동대문시장 정보 등 초보 바느질꾼이 솔깃할 만한 자료들이 담겨있다. 물론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이겠지만 갖가지 자료를 친절한 설명과 사진으로 샤샤샥 정리해주어 도움이 되었다. 뒤에 달랑달랑 달린 실물본도 복사해서 여러번 쓸 수 있어서 좋다.

3. 이 책은 간단한 주머니, 파우치, 백부터 쿠션, 커텐, 이불, 그리고 아기용품까지 다양한 소품들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막상 직접 소품을 만들려고 달려들어보니, 과정 설명이 해독이 안된다. 대강 볼 때는 다 알 것 같았던 말이다.  큼직한 사진이 차지한 공간이 원망스러워진다. (살 때는 그게 예뻐서 샀으면서!) 과정 설명에서 글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은 사진으로 직접 보여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4.  부록인 실물본은 한 장에 여러가지 패턴들이 알록달록 다른 색으로 그려져 있는데, 몇몇 패턴들은 흐린 색(노란색 등)이어서 복사를 해도 나오지 않는다. 패턴에 펜으로 선을 그어두고 써야한다.

5. 바느질 과정 부분이 좀 약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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