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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 ㅣ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아동도서라고 얕보지 마라. 아동도서지만 끝까지 진지하게 읽어내려간 글이다. 장편이지만 문장이 반듯하고 단정하며, 전개가 매끄러워 금세 읽힌다.
양반가 여식으로 태어난 '명혜'가 식민지의 시대적 아픔과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맞서 이겨내고, 배움에 대한 열망을 품은 신여성의 모습으로 자신의 꿈과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다.
명혜는, 여자란 배움과 거리가 멀며 일찌감치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고 서울의 여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추천으로 병원에서 통역하는 일을 맡고, 친구 따라 독립운동에 쓰일 태극기를 그리는 일에 가담한다. 그리고 작은오빠 명규가 3.1운동을 하다 총을 맞아 죽게 이르자, 스스로 자책하지만 곧 배움의 길이 자신이 갈 길임을 깨닫고 의사가 되기 위해 미국유학길에 오른다.
이 책의 제목이 '명혜'인 것은, 열 네 살이나 되었지만 시집가면 쓸모 없어진다하여 줄곧 '아기'로만 불린 명혜가 비로소 아버지께 인정받고 '명혜'라 불리게 된 것에서 붙여진 것이다.
시대가 달라졌고, 여성의 사회적 권위가 높아졌고 여성의 권익도 향상되었지만, 나의 가장 큰 적은 현실과 환경이 아니라, 외적요인들에서 실패의 원인과 평계거리를 찾는 자신이 아닐지.
나도 그랬지만, 이책을 읽은 어른이라면 아이에게 읽힌 뒤, 한번쯤 명혜와 비교하는 말을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웃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