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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맨스티
최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겨울, 아틀란티스>를 읽은 후로 정말 오랜만에 최윤의 작품을 읽어보았다. 한때는 그녀의 작품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렇다고해서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조금도 특별할 것 없는 그야말로 평범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담과 결혼담이 처음엔 시시하게 느껴져서 끝까지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 쓰고 한 결혼, 아이의 유산, 결혼생활의 권태와 외도, 좀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한 맞벌이 부부의 꿈. 이 모든 것이 진부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들의 삶이 위태로워 보여서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려는 현대인의 삶이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가족이 함께 떠난 휴가지에서의 뜻밖의 사고로 아이는 부모를 잃고 입양 보내지고 세월이 흘러 부모의 소식을 알기 위해 사고현장을 방문하게 된다. 유년시절의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유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오릭맨스티'. 뜻이 없는 이 단어가 간절한 무언가를 부르는 주문처럼 들린다. 부부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유진을 통해 존재감을 획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행복했던 순간에 생을 마감한 비극적 결말이 허무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하고,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