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제목을 많이 들어 베스트셀러쯤으로 치부해버리고 읽을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누군가 추천하기에 읽었다.

   예순이 넘은 천재 수학자인 박사는 교통사고로 인해 모든 기억이 4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스물여덟 살의 미혼모 파출부인 '나'는 박사의 집에서 일하며 그를 돌본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를 만날 때마다 낯선 사람 취급 받으며 어제와 똑같은 인사과 대답을 주고 받는다.

   하루종일 방안에 갇혀 수학에만 정신을 쏟기에 세상과는 동떨어져 있고 인간관계마저 어색하고 익숙치 않은 노수학 박사와, 도무지 수학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파출부가 서로의 어려운 처치를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 새롭다. 

   박사가  '나'의 열 살짜리 아들 '루트'를 걱정하여 매일 집으로 오게 하여 함께 수학공부를 하거나 야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그의 인간적인 면을 잘 드러낸다. 비록 박사는 이들과 함께 할 기억을 고작 양복에 붙여놓은 메모로만 이어가겠지만, 루트에게 베푼 따뜻한 사랑이 훗날 아이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기억은 소멸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에게 좋은 기억과 선물을 주고자 애쓰는 두 모자의 배려가 진심으로 와닿는다.

   이야기가 무리 없고 자연스럽지만, 미망인과 박사 사이의 이야기가 부족한 듯 궁금증이 더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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