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 정류장
태기수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듣는 작가의 이름이라 반신반의하며 펼쳤는데 뜻밖에 좋은 작가와 작품을 만났다.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작품이 많지 않은데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기대된다.

   사내(세종)가 물탱크에서 잠을 깨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집과 아내를 얼굴 모르는 사람에게 빼앗기고 물탱크 안에서 거처하게 된 사내는, 이 어이없는 상황을 몰고 온 물탱크의 비밀스런 반복패턴을 알아내고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 어제까지의 관계는 헝클어지고, 새로운 관계와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새로 펼쳐질 삶 또한 위태롭고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이전의 상황이 뒤바뀌어버렸고, 어제 내가 알던 사람들은 나를 모른다는 건 마치 끔찍한 악몽을 꾸는 것과 같지만, 삶이란 때론 그처럼 잔인한 것이며, 또 어이없고 납득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인데다가 알려고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어서, 이만한 일쯤은 호들갑 떨만한 일이 아니라는 작가의 자조 섞인 시선이 느껴진다.  

   읽을 때보다 다 읽고 나서 여러번 떠올리게 되는 책이다.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무언가 짓누르는 기분을 쉽게 떨치기 어렵다. 물탱크에서 뒹구는 사내의 모습이나 그곳에서 죽어간 남자의 모습이 어쩐지 자꾸 생각난다. 

   순순히 운명을 따르던 사내가 운명처럼 회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래. 불필요하게 불안해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므로 묵묵하게 걸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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