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미스터 빈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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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계 미국작가 하진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작가의 글솜씨는 참 맛깔나고, 내용 또한 재미있다.

  리우 당서기, 마 공장장, 양 첸 인민공사 당 서기와 일개 정비공 샤오 빈의 대적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공공 아파트 배분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분노한 샤오 빈은 자신의 부당함을 상부에 탄원하고 언론에 기고하기에 이른다. 반대세력 또한 이에 맞서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그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어 훼방을 놓는다. 뒤늦게 샤오 빈이 수습하려 하지만 그조차도 말썽을 일으키는 꼴이 되어버리는 터에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부조리를 다룬 풍자화를 그리거나 싯구를 새겨 인장을 파는 등의 예술적 행위와 그의 예술가의 정신적 자기위상은 그 무리로부터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향한 욕망을 드러낸다. 소설의 원제 'In the Pond(연못에서)'는 작은 물에서 벗어나 큰 물을 찾으려는 신분상승의 욕망을 의미한다.

   모든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서 샤오 빈이 그들을 이기고 드디어 자기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순간에도, 그는 반대세력의 꼬임에 넘어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지칠 줄 모르는 집요함과 반대세력을 향해 일격을 가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샤오 빈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샤오 빈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다시금 슬퍼진다. 사회의 정의 대신 개인의 이익에 민감하고, 성급하고 경솔하며, 꿈에 대한 열정이 있으나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을 좇아 바둥거리며 살아가는 '연못' 속의 현대인들의 모습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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