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최근작 <거룩한 속물들>을 먼저 읽고, 그보다 먼저 발표된 이 책을 나중에 읽었다. <거룩한 속물들>에선 급하게 써내려간 흔적들이 보였는데,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보다 짧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한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학교생활과 가정, 친구, 그리고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외고를 졸업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여겨지기도 한다. 흔하고 평범하다는 게 첫인상이었는데, 작가는 마치 어린 당신을 따뜻하게 보듬듯 10대의 감성과 고민을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준다.

  입시 경쟁 구도 속에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10대가 그러하듯이 주인공 은효는 어느 교실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다. 치아교정기를 착용하고, 매시간 발표시간에 지적 당할까봐 가슴 졸이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짝사랑하는 남학생 앞에서 수줍어하고, 성적이 떨어질까 고민하고, 불쑥불쑥 찾아드는 쓸데없는 상념들에 성가셔하고, 먼 곳을 응시하며 마치 꿈을 꾸듯 공상하는 그저 평범한 이 아이가 왜 사랑스럽고 빛나 보일까.

  과연 공부하기 바쁜 10대가 이런 소설을 읽을 시간이나 있을런지 의문이지만, 10대에게는 심심치 않은 위로가 되고, 작가나 나와 비슷한 세대에게는 추억을 선사하는 책이 될 것이다.

  평범한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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