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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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내를 잃고 살아가는 한 중년 대필가의 내면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한 술집에 앉아 낡은 건물 소유주에 대해 생각하고, 새로 연 술집의 개시손님이 되어 주인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고,  의뢰인들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래된 막걸리통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등의 무료하고 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

   화자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부부가 시골생활을 했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린다. 키우던 여러 마리의 개 중에서 특히 '태인'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여러 번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다 의문사한 태인을 두고 아내는, 곧 태인이 돌아올 거란 알 수 없는 말과, '아홉번째 두번째 대문'이라 파여진 나무패를 유산으로 남기고 세상을 뜬다. 아내의 이 말은 화자의 앞날의 암시하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제목에 담긴 의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그 의미에 대한 숙제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졌지만.

   아내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도시를 배회하다 이따금씩 '죽은 자'들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다 뒤를 따라가거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진돗개 혈통이라 잘못 알고 있는 주인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기 위해 서열에 우뚝 서기 위해 치열했던  태인의 모습은 지난날 화자 자신이며, 공장에서 일하며 알게 된 소극적인 친구와 학창시절의 화자가 때렸던 약한 친구에 대한 기억은, 잊고 있었던 사람을 향한 죄의식으로 비춰진다. 화자의 피해의식을 드러낸 이 부분은  그 이야기가 단편적인데다가 앞의 이야기와 연결되지 않는 뜬금없는 것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대필행위로부터 출발한 글쓰기가 비로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성숙해가는 과정의 주제가 흥미롭고, 대체로 단문을 추구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꾸밈이 없고 속도감이 있다. 그렇기는 하나 넘치는 우연, 운명, 환상으로 결합된 감성과 비현실적 주관성이 너무 강한 것이 문제다. 

   홍대입구 근처와 합정역, 그리고 양화대교 건너편까지, 몇 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을 지나다녔던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글의 배경이 되는 그 길을 머리 속에 그려가며 읽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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