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콤한 나의 도시>> 를 읽고, 다시 그녀의 책을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조금씩 야금야금 읽었다. 추리소설 형태를 띠고 있어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전개가 무척 흥미진진했다. 

  매스컴을 통해 만난 작가의 모습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모르긴 해도 정갈한 문체는 작가의 성격과 많이 닮아있을 듯하다. 야무지고 경쾌하고 타산적이며 젊은 감성을 소유한 것은 필시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요인이 아닐지.

  재혼부부, 딸 유지, 전처의 딸과 아들, 평범한 보통가족인 이들의 가정에 막내딸 유지가 실종되면서 가정구성원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지게 된다. 아버지는 중국을 오가는 장기밀매업자이며, 어머니는 결혼 전 옛애인을 만나고 있고, 딸은 인격장애로 남자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아들은 부모 몰래 학교를 그만둔 상태로 남몰래 불을 지르는 기벽을 가지고 있다. 날마다 얼굴을 맞대며 살지만 저마다 간직한 비밀은 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은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무관심을 자처하고, 비밀을 감추기 위해 처절하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고, 유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결말에, 작가는 가족관계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와 몸짓을 담아낸다. 현대 가족상의 비뚤어진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뜻이었다면, 그 갈등해소와 화해의 결말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어색하고,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다.

  작품의 내용보다는 문체와 구성과 전개에 마음이 끌렸고, 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머지않아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도 들고. 난 책장에 모셔놓은 그녀의 단편소설집을 이제라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