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 아니야, 책임에 대하여 모두가 친구 4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지음, 딕 스텐베리 그림, 김상열 옮김 / 고래이야기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머리로 내 기준대로 판단하지 않아도 둥글둥글 살아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지나고,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해 판단을 요구받는 '어른'이 된 다음에, 어느 선배가 내게 들려준, "'중도'란 없어. 어느 쪽에든 이용당할 뿐이야."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사회 전체의 문제든, 나와는 상관없다거나 나 혼자서 양심적으로 깨끗하게 살아가면 된다며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낙에 빨간색과 흰 라인드로잉의 조합을 좋아하는 취향이라 표지만 보고 집어든 짤막한 이 책이 십여년 전 대학 시절에 받은 충격을 새삼 일깨운다. 어린이를 주된 타겟으로 출간된 그림책이고, 특히 요즘 심각하다는 집단 따돌림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 초등학생 아이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맘도 있지만, 그보다도 어른들이 읽고 소시민적인 일상을 되돌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앞선다. 거의 쓰지도 않는 알라딘 리뷰를 오랜만에 쓰면서 이렇게 비장하다니 조금 민망하지만, 이 괜찮은 책이 조용히 묻혀 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리뷰를 올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