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 마음으로 엮은 그림책 이야기 꽃다발 열린어린이 책 마을 12
이숙현 지음 / 열린어린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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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

낮일을 마치고 집안일도 마치고

달도 별도 아이들도 모두 잠든 밤.

그녀의 노트북이 다시 켜진다.

 

그렇게 2015년부터 3년간 월간 <열린어린이OpenKid>

살며 그림책 만나며라는 꼭지로 연재했던

이숙현 작가의 그림책에세이가

<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단행본으로 엮어 출판되었다.

 

소년소녀에서 청소년기로 막 들어선 아이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단편동화집

<초코칩 쿠키, 안녕>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에 막 들어선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동화집

<선생님도 한 번 봐 봐요>

 

두 단편동화집에 이어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으로 행복한 유치원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교육서

<날마다 달마다 신나는 책놀이터>

 

이번에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

 

반가운 마음에 살구빛깔 책을 바라본다.

마음으로 엮은 그림책 이야기 꽃다발이라는 부제목마냥

보라색 책 화병에 이야기꽃이 만발하다.

 

좋은 그림책은 여행이 끝난 뒤 일상으로 를 데려다주며 묻는다.

를 돌아보게 한다.

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만든다.

일상으로 돌아온 에게

때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맞닥뜨린 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안겨 준다.

좋은 그림책은 힘이 세다.

그림책이 마음을 부르는 지금 이 순간, 가만히 나의 마음을 적어 본다. (168쪽)

 

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봄 여름 갈 겨울 동안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피어나고, 반짝반짝 자라난다.

이렇게 성장하는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를

71권의 다양한 그림책 이야기 꽃다발로 다채롭게 전해준다.

 

*******

 

책장을 펼치면 맨 먼저 만나는 글귀.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놓치며 살았을지도 모르는 마음들.

떨리는 마음으로 당신과 나눕니다. “

    

이 글은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작가의 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요.

불러야 나타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요.

보이지 않아 있는 줄 모르고 살다가 뜻밖의 순간, 놀랍게 마주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단단한 일상의 딱딱한 껍질에 쌓여 갑갑해하고 답답해하는 서글픈 마음,

억눌린 마음, 짓눌린 마음, 숨겨 놓은 마음, 너덜해진 마음...

살아가면서 생기는 갖가지 마음들.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놓치며 살았을지도 모르는 마음들,

떨리는 마음으로 당신과 나눕니다.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처럼,  

이 책은 전체적으로 위와 같은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마음에 와 닿는 소제목을 찾아 펼치면,

맛보기처럼 짧은 글귀가 쓰여 있다.

그리고 본문에서 글귀를 찾아볼 수 있어서

짧은 글귀를 찾아가며 책을 읽어 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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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칩 쿠키, 안녕 창비아동문고 260
이숙현 지음, 이명희 그림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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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현 동화집 <초코칩 쿠키, 안녕> 리뷰.

한 번 해 봐! 뭔가 네 가슴에서 꿈틀, 하고 힘차고 당당하게 움직일 거야!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참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키도 크고 다리도 긴 편이었지만 운동엔 젬병이었다. 100m 달리기만 하면 항상 꼴찌는 따 논 당상이었다. 두려움에 체육시간이 달갑지 않았다. 누구나 좋아하던 학교운동회도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커서 군대에 갔더니 자주 선착순 뺑뺑이를 돌았다.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그때도 매번 꼴찌였다. 그러다 요령이 생겨서인지 반복훈련의 효과인지 아니면 악과 깡이 늘어서인지 점점 순위를 당겨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아주 가끔은 1등을 하기도 했다. 뛰면서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왜 아무도 달리기 하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았지? 다리를 어떻게 들어 올려 뛰면 더 빨리 뛸 수 있는지 왜 아무도 없었던 거야, 하며 원망도 했다. 그렇게 달리기를 몸으로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가끔 어린 딸아이와 달리기를 한다. 준비 땅! 하면 손을 옆으로 뻗어 휘저으며 뒤뚱거리면서 열심히 달리는 딸아이에게 달리기를 가르쳐 주려 한다. 앞 다리를 이렇게 가슴으로 한껏 끌어당겨서 들었다가 힘껏 앞으로 내딛는 거라면서…….

하루는 딸아이가 수십 미터를 힘차게 내달리고서는 꿱꿱 숨을 몰아 쉬며 “아빠, 토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얘야, 토할 때랑 비슷하지만 좀 다르지 않아? 토할 때는 기분이 나쁘잖아, 이렇게 막 달리고 나니까 기분이 어때?" "기분나쁜 것하고 달라요. 좋아요" "그래, 힘껏 달리고 나서 이러는 건 참 기분 좋은 느낌이구나.”라고 말하는 내 자신을 봤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달린다는 것은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달린다. 달린다는 것은 발을 땅에 힘껏 내딛고 박차 오를 때 그 느낌을 아는 것이다. 달린다는 것은 다리를 쭉 뻗어 하늘로 치솟을 때 아주 짧은 순간 땅과 하늘 사이에 내가 잠시 머무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발이 땅에 닿을 때 쿵 하는 느낌이 온 몸을 타고 오르면 다시 힘껏 박차고 오르는 그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신나게 달릴 때 바람이 얼굴이나 손가락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아는 것이며, 숨가쁘게 뛰고 나서 꿱꿱 숨을 몰아 쉬면서 뿌듯해지는 느낌을 아는 것이다. 달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이숙현 동화집의 처음 등장하는 <뜀틀, 꿈틀>의 한동훈이 그렇다. 동훈이는 뜀틀을 참 못 넘는 아이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뜀틀 넘기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려 한다. 머리로 배운 지식은 ‘긴장’과 마주하면 무용지물이 될 경우가 많다. 그런데 동훈이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안 짚고 뜀틀을 넘는다. 다칠까 봐 걱정하는 선생님(사실은 정해진 규칙대로 하지 않은 아이 앞에서 당황하는 어른)과 동훈이를 지지하며 격려하는 은지와 친구들. 동훈이는 그렇게 성장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배움’이란 이랬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머리로도 배울 수 있겠지만, 몸으로도 배우고 가슴으로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가령 동훈이네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뜀틀을 만나게 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얘들아, 눈을 감고 한번 상상해 보렴. 이 뜀틀이 그냥 뜀틀이 아니라 너희 앞에 있는 장애물이야.
그건 운동 콤플렉스(<뜀틀, 꿈틀>의 한동훈)일 수도 있고, 외모(<내가 사랑한 수박씨>의 이전은)일 수도 있고, 가정환경과 욕구(<초코칩 쿠키, 안녕>, <빰 빠빰, 빠바바빰!>의 나)일 수도, 공부(<오운리 잉글리쉬>의 민재, <아무것도 아니에요>의 상준)일 수도 있어.
모두 너희들이 넘어가고 싶어 하는 장애물이야. 그냥 힘껏 달려가서 뛰어 넘으면 되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뛰어 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려. 그냥 그렇게 말이지. 한번 해 볼래?

이숙현 작가는 이 동화집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번 뛰어넘고 싶지 않냐고? 그럼 한번 뛰어보라고.
그렇게 뛰고 나면 가슴속에서 뭔가 꿈틀, 하고 힘차게 움직일 거라고. 당당하게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거라고.

이렇듯 이숙현 동화집 <초코칩 쿠키, 안녕>은 아이들의 성장통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가 결코 녹록하지 않은 아이들의 삶에 긍정의 힘을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묶여 있다. 어른들이 읽는다면? 여섯 편의 글 속에서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은 아이(나)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면, 아이인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 버린 나에게도 치유의 힘을 줄 것이다.

힘차게 달려가 출발선에 섰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뭔가 벅차게 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는 머리카락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뛰어갔다. 그리고 있는 힘껏 구름판을 밟았다. 하늘로 높이 날아오를 것처럼 내 몸이 솟아올랐다. 두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폈다. 몸이 가벼웠다. 내가 나한테 뭔가 보여 주고 싶었다. 나는 날아오르는 내 자신을 기분 좋게 느끼며 정신을 똑바로 모았다. 주문을 걸 듯 나한테 속삭이며 매트를 디뎠다. 멈췄다. 눈은 뜨거워지는데 입은 시원했다. 나는 웃고 있었다. (<뜀틀, 꿈틀> 중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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