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 SF 우주선부터 인조인간까지
박상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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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르는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실제 현실인가, 가상 우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65쪽) SF(science fiction)에 대한 설명으로 이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싶다. SF는 중력처럼, 대체로 의식하지 않는 것(106쪽)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그에 맞는 이론을 대입한다. 그 이론을 토대로 내다본 미래에는 우주가 있고, 외계가 있고, 로봇이 있다. 그 끝에는 인간(human)이 있다. 『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에서는 SF라는 장르에서 다루고 있는 미래상을 제시하는 동시에 현재의 인간상과 철학을 더듬어나간다.



이론이란 어디까지나 상상력에 사후적으로 설득력을 부여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_ 「우주를 여행하는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79쪽.



SF 장르를 창작하고 연구하는 이들은 작품 속에 ‘과학적 정합성’(58쪽)을 부여한다. 실현 가능성이 있음직한 일들은 ‘정합성’, 쉽게 말해 ‘무모순성(consistency)’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SF적 상상은 이론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과학’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이론화는 저자가 말하는 ‘사후적으로 설득력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79쪽) SF가 과학적 이론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것은 ‘인류라는 존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자 척도가 되는 셈이다.(103쪽) 멀어 보이는 문학과 과학의 거리는 생각보다도 훨씬 가깝다는 것이 SF가 증명하는 대전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완벽한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부터가 과연 어떤 존재인지 더 심층적인 탐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_ 「로봇과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129쪽.



SF는 저마다 다루고 있는 소재는 다르더라도 인물이 처한 상황은 대부분 비슷하게 묘사된다. ‘신인류’는 기술과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해 양질의 삶을 향유하게 되지만, 결국 그러한 발달은 어떤 요소의 변화(환경이나 인류 존재 자체가 될 수도 있겠다)를 일으킨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변화의 이후를 드러낸다. 디스토피아에 선행되는 것은 인간의 생과 사를 초월하겠다는 의지(152쪽)이며, 그 의지의 부산물로 남은 것이 황폐화된 미래라는 셈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깊게 개입했기 때문에 나타난 변화라면 더더욱 폐허가 아닐 수 없다.



SF나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상상력의 장르이다. 현실적인 설득력이 떨어지더라도 그런 상상력을 통해 우리에게 다른 세계와 다른 과학의 가능성이라는 영감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다.

_ 「SF와 엉뚱하고 흥미로운 미래 보고서」, 296쪽.



이러한 맥락에서 성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변화를 끌어냈던 의지, 즉 ‘유한성’이다. 유한성을 가진 인류는 고차원적 ‘리셋’(215쪽)에 맞닥뜨리기 전에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198쪽) 근본적인 문제와 걱정에 대한 새로운 ‘리셋’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인간중심적 사고로부터 벗어난 SF의 장르적 의의라고 한다면, 또한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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