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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치트키 컬렉션
유토츠 지음 / BLYNUE 블리뉴 / 2018년 3월
평점 :
제런은 아비터입니다.
아비터가 무엇이냐하면... 인간/천사/악마의 중재자 역할으로서, 인간계로 넘어온 악마들이 벌인 사건의 뒤처리를 하며 해로운 악마들의 귀환을 담당하는 인외존재입니다. 영혼의 수거와 인도를 돕기도 한다는 점에서 마치 저승사자에게 추가업무가 더해진 듯한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막중한 업무량 때문에 야근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직종(?)이구요.
이러한 배경설정 설명을 하는 데에 꽤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고, 이는 추후 단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담당구역에서 신부로 위장하여 일을 하던 제런에게 미사에 찾아오며 계속 치근덕대는 엘베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어딘가 쌔한 느낌을 주는 인물이지만, 곧바로 엘베 시점의 서술으로 전환되면서 신비감은 금방 사라집니다.
그러다 제런은 퇴마를 하던 중 정신을 잃고, 악몽을 꾼 끝에 눈을 떠보니 엘베가 있는 상황을 목도합니다.
이 에피소드 또한 바로 엘베 시점으로 이어지며 사실은 이랬노라고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긴장감은 금세 소멸되고 맙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 때문에 장면 장면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엘베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도 허무했습니다. 복선도 부족하고 매끄럽지가 않아요. 후배의 말 한마디에 제런이 혼자 추측을 해서 결론을 내리는데, 그 추측 과정이 독자에겐 충분히 보여지지 않습니다. 진실이 드러난 후 둘의 반응 또한 미지근하고....
제런의 도움 요청에 본인과 사귄다면 서포트를 해주겠다는 엘베의 답변도 뜬금없다 생각되었구요.. 엘베의 감정선이 앞부분에서 차곡차곡 쌓여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도움의 대가를 그런 식으로 요구하던 것치고는 엘베의 실전 대응능력도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엑소시즘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납치된 영혼을 찾기 위해 둘은 지옥으로 향해야합니다. 방해받지 않고 지옥을 염탐하려면 악마로 위장을 해야하고, 악마 위장에는 음기가 필요하고, 음기를 얻기 위해서는...... 단지 해당 장면을 넣기 위한 설정으로만 느껴졌습니다.
이후로도 덩어리가 큰 소재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악마들의 반란, 아비터라는 존재에 대한 비밀, 엘베의 정체성 고민....
등장만 할 뿐 깊게 다뤄지지는 않습니다.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설정을 담으려다 과유불급이 되어버린 작품입니다.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절되어 있습니다.
사건과 설정은 있되 서사가 없습니다. 감정선이 없고 케미스트리가 없습니다. 설정을 담은 후 남은 분량으로는 그런 것들을 풀어내는 게 불가능했겠죠.
쓰고싶은 걸 다 때려부은대신 독자에게 불친절한 작품이라는 감상만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