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K > 재즈로 돌아온 신해철, 그의 입은 여전히 매웠다

  • ‘마왕과의 대화’
  • 재즈로 돌아온 신해철, 그의 입은 여전히 매웠다
  • 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 
    • ‘마왕’의 10여 평 거처는 책과 음반으로 빼곡하고, 한 줄기 담배 연기가 어둑한 공간을 가른다. 신해철(39)의 방랑벽이 또 도진 것 같다. 하드록, 프로그레시브 메탈, 일렉트로니카 등 낯선 장르를 탐험해온 그. 8년 만의 솔로 앨범은 재즈로 채운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 the one)’이다.

      “록보다 재즈 보컬리스트로 전업해야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시원하게 웃으며 말문을 연 그는 “제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빠져있는 게 재즈였는데 사명감을 갖고 작업했다”고 했다.

    • 이 앨범에는 ‘문 리버(Moon river)’, ‘하숙생’ 등 익숙한 곡들이 28인조 호주 빅밴드 연주와 신해철 목소리로 재해석된다. 중저음을 중심으로 건조하게 읊조리거나 가볍게 관악기 선율에 올라타는 그의 창법은 확실히 “재즈 보컬이 체질”이라는 의심을 심어준다.

      “준비 기간 6개월, 하지만 녹음은 6일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어요. 25번째 앨범인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나날이었죠. 물론 듣는 분은 편할 테지만….”

      그는 “이번만은 과거와 달리 노래 연습을 하고 녹음에 임했다”고 했다. 아니, 그럼 ‘과거’에는? “저는 녹음 직전, 가사를 쓰기 때문에 노래 연습을 할 수가 없어요. 녹음 준비 됐다는 신호가 오면, 손에 쥔 커피 한 잔의 온기가 가시기 전에 가사를 한 바가지 쓰죠. 멜로디조차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당연히 노래 연습이 존재할 수 없죠.”

      그는 “그럼에도 1급 가수는 아니더라도 가장 많은 ‘변화구’ 구질을 갖고 있는 가수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자평했다.

      실험적 장르 개척자이면서 언제나 대중의 관심권 밖을 벗어나지 않았던 그의 행보는 연구대상. 90년대 서태지와 비견되기도 했던 그는 음악가로서 진화 또는 변신을 거듭했다. 특히 그의 밴드 ‘넥스트(N.EX.T)’의 94년작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원’은 국내 록 팬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준 대작.

      데뷔 초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등 소녀 취향 발라드로 주류 가요계를 점령했던 시절. “‘가요 톱 10’ 첫 1위를 했을 때 트로피를 손에 쥐고는 ‘아, 너무 한심하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은 그 상황에서 보통 펑펑 울죠. 그리고 스쳐간 생각이 ‘이제 밴드 한다고 해도 회사에서 뭐라고 못하겠지’ 였어요.”

      그는 요즘 심심찮게 TV 오락 프로에도 나온다. 그중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어벙한 앙드레 대주교는 ‘압권’이었다. “PD가 출연제의를 해왔을 때 그랬어요. ‘나 무대 위에서 온갖 폼 다 잡아본 사람이다. 이걸 박살낼 자신이 있다면 한번 해봐라’.” 그는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 시스템이 연예인을 치욕적으로 대해 정말 나가기 싫었다. 그런데 요즘은 TV에 출연하면 담당 PD가 커피 타오고 국장까지 내려온다”며 웃었다.

      지난해 결혼 4년 만에 딸을 얻은 그는 앨범의 신곡 ‘생큐 앤 아이 러브 유(Thank you and I love you)’를 통해 아내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아버지가 되면 인생관이 달라진다는데 신해철도?

      “물론 기쁘죠. 하지만 인생관을 바꾸지는 않아요. ‘아이를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게 제 기준이에요. 그렇게 살면 아이한테 심한 중압감만 주게 돼요. 저는 ‘너 키우면서 난 아무것도 손해 본 것 없으니까 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라’라고 얘기할 거에요.”

      그가 아버지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아내의 항암치료 후유증 때문. 그는 아내가 임파선 암에 걸린 것을 알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어차피 이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었어요. 결혼을 서둔 건 남편, 즉 보호자의 자격으로 아내를 간호하는 게 훨씬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죠.”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그. 이번 대선에는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는 표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좌파든 우파든 ‘저 놈 되면 나라 망한다’는 얘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제발 정치하는 사람들 좀 세련돼졌으면 하고요. 아직도 치고받고 창피해서 원.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왜들 다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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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29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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