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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머니의 힘은 참 위대한 것 같다. 비록 당신의 정신이 치매라는 무서운 병에 의해 지배를 당한다 해도 말이다.
조창인의 소설 '등대지기'는 이렇듯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등대지기인 아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전작 '가시고기'를 읽어본 분이라면 대충 이 소설 역시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 짐작은 할 수 있을것이다. (등대지기 까지 읽고나서 우연히 생각한 건데, 조창인이라는 작가분은 극한 상황에서의 모자 또는 부자간의 숙명적인 사랑을 표현하는것 같았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때, 꼭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책을 빌리고 보니 왠지 읽고 싶은 느낌이 들질 않아 한동안 그냥 내버려 뒀었다. 그렇게 며칠후 어느날, 갑자기 그 책이 생각이나 읽기 시작한 나는 그 소설의 가슴아프고도 따듯한 이야기에 매료되 잠시도 책을 놓지 못하고 읽고 말았다. 잠시나마 등대지기란 책을 외면하게끔 한 생각이 씻은 듯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 소설은 흔히들 말하는 '최루성 소설'류로 구분할수 있겠다. 말 그대로, 최루탄 연기를 맡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흐르듯, 소설의 내용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인데, 이 작품은 여느 비슷한 장르의 소설과는 좀 다른 면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등장인물들의 설정에서 느껴 볼 수 있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최첨단 장비를 갖추게 된 선박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필요없다 싶을 정도로 그 쓰임이 작아진 등대를 외로이 지키는 아들, 이 작은 등대에서 조차 구조조정의 여파가 밀어닥쳐 서로간에 경쟁을 하게 된 상황, 그리고 평생 고생만 하며 홀몸으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앍고, 등대지기인 동생에게 '해외지사로 발령이 났다'라는 거짓말로 억지로 떠 넘긴 형, 막내 아들이라 항상 형 뒷전으로 취급했던 어머니. 이런 복잡하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인물 설정에서 우리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는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진 것이다.
등대지기란 참 어렵지만 아름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어둠에 길을 잃고 헤멜 그 어떤이를 위하여 밤늦은 시간 바다의 별빛이 되주는 등대지기는, 이젠 따듯한 이야기로 우리의 마음의 별빛이 되주고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