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인 '물'. 세계 4대 문명(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의 황화강, 인도)의 발상지 역시 이러한 강 주변에 생겨났는데, 이는 그리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오래전, 물의 공급지와의 거리차는 아마도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물줄기가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을 흘러가고 있는 남한의 대표적인 강인 한강. 한강은 예전부터 한반도의 지리에 관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오던 강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한강같이 큰 물의 공급지는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일 뿐 아니라, 나룻배를 위한 교통의 요지가 될수도 있으며, 그러므로써 서로 문화를 교류해 보다 더 나은 생활을 추구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삼국시대의 영토차지 싸움에서도 그 증거를 쉽게 얻을수 있다.

작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 그런의미에서 한강은 제목부터가 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대한민국의 광복이 되고난지 채 몇년이 지나기도 전에 발발한 6.25전쟁, 그리고 10년가까이 이어진 대통령 이승만의 독재. 소설 한강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여러분도 생각해 보라. 그때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6.25전쟁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분위기에, 과거처럼 신분의 차이는 아니지만 서서히 벌어지는 빈부격차때문에 꼼짝없이 '현대판 신분제'에 갇혀버린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상경하던 사람들의 행렬. 한강에서는 이러한 시대상을 몇몇 주인공들을 통해서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유일민'과 '유일표'형제가 아닐까 싶다. 월북한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수모적인 말을 들으면서, 일류 대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뛰어난 수재이지만, 자신의 재능은 단 조금도 발휘를 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점점 묻혀가는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는 헤어져야 했고, 죽음으로도 끊을수 없는 끈끈한 부자간의 정을 억지로 끊어야 했다. 그건 그들이 남과 북이 치명적인 이념대립의 관계에 있던 그때 그 시절에 태어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겪어야만 했던 일이었다.

한강에서는 등장인물들의 '한평생'에 가까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인간의 한평생이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인 약 20년 정도이지만, 그들의 삶과 함께 4.19혁명을 통해 있게된 정권의 변화, 공장주들의 욕심때문에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공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청년 전태일,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게 해준 바탕이 되었던 국토개발사업(새마을 운동),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이듬해 일어난 5.18광주항쟁까지 근대역사의 모든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우리나라의 5000년 역사중에서도 꽤나 격동적이었던 기간이었듯 싶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나서, '한강'이 이 소설의 제목이 된 이유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한강을 토대로 뿌리를 내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하루하루를 전투같이 치열하게 살던 당시의 사람들, 작가는 이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한강에 깃들여져 있는 그 치열한 역사의 현장속으로 안내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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