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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울했다.
조정래의 의심없는 팬이고 그의 작품 대부분을 읽은 내가 그의 소설을 우울하게 읽어 내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었다.
그가 왜 쓰는 내내 우울했는지 충분히 알기에
나는 우울한 맘을 일단 치워두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은 내가
대기업의 비리 따위는 이미 뻔한 삼류 드라마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내가
굳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무감처럼 책을 샀고,
다 읽고 난 느낌은 10권짜리 대하소설의 1권을 읽고 나머지 9권의 예고편을 부록으로 읽은 느낌이었다.
혹자는 더 날카롭지 못해서 더 실랄하지 못해서 아쉽다하지만
더러운 이면을 더 많이 들추어 냈다 한들 2011년 대한민국 현재보다 더 할 것인가.
다만,
작가 자신이 더 고통스럽더라도,
다 알면서도 저들의 장단에 노예처럼 춤추고 있는 대중들을
좀 더 불편하게 했어야 한다.
추악한 이면을 파헤치는 1차 목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장단에 춤추는 자본의 노예들에게
향하는 분노여야 했다.
남보다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비리에 눈감고 적당히 타협하고
너무 쉽게 용서하고 잊어버리는,
아니 생각이란 것을 포기해버린
뇌없는 허수아비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따끔하게 일갈했어야 한다.
그 몫을 독자들에게 남겨두었을까.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허수아비처럼
희망이라도 가져야 달라지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쓸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