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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산이 그를 부를 때 사라질 자유를 위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야간 및 휴일 근무를 도맡아 했다."
-p.67-
"이 광막한 땅, 인간이 찾아올 수는 있어도 살 수는 없는
존재의 한계에서 삶은 새로운 중요성을 띤다.
……그러나 산들은 기사도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흉포한지를 걸핏하면 잊는다.
그들은 자기들 가운데 발을 들여놓은 자에게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눈과 바위, 바람, 추위를 채찍처럼 휘두른다."
-조지 쎌러,《침물의 돌》
-p.159-
산수와 시를 배울 때는 지났다.
형제들이여,
이제는 AK-47과 유탄 발사기로 공부를 해라.
-코르페 학교 안마당 담벼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쓰인 낙서-
-p. 347-
책을 읽는 내내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책을 덮은 지금, 더 간절하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꼈다. 넓디 넓은 세상에 하나의 점일 뿐인 나. 점과 같은 '나'라는 존재가 하는 모든 고민과 두려움이 보잘것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도서관에 틀어박혀 죽은 지식들을 머릿속에 쑤셔넣고, 안락한 집, 차 등등을 위해서 갖가지 셈을 하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졌다. 지금 내가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이 책상을 출발점으로 지구를 곳곳을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해온 모든 것들이 그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함이였던 것처럼. 어떤 의미를 찾을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내 자신, 오직 나만이 이 세상에 사는 것처럼 나 외에는 어떤것도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다. 갖가지 소직을 접하면서도 그런 문제들이 나와만 엮이지 않으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고 더 넓게 더 크게 바라보고 싶어졌다. 가깝게는 내가 서 있는 이 땅부터, 세상 구석구석 곳곳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
'그레그 모텐슨'이 그랬던 것처럼, 나역시 "뭔가가 나를 부를때 사라질 자유를 위해 무슨 일이든...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