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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7집
이소라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며 느끼는 것은 세상이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길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길 안에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느낌. 이소라 7집은 이런 체념을 깨달은 자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이미 그 체념을 전작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이 분다'에 등장하는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가사에서, 세상 일이 다 내 뜻대로 될 것 같으며 내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일회일비하는 마음이 이제는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같은 앨범의 곡이지만 '이제 그만'과 '바람이 분다'의 어조가 다르듯이.
이소라는 이제 자신이 노래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안 이상, 희노애락을 견뎌내는 힘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이 힘이 과하면 감정을 느끼는 정도가 점점 희미해지겠지만, 적당하면 기운을 얻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전곡에 걸쳐 이소라의 발음은 그리 또렷한 편이 아니다. 곡의 분위기 자체가 명확하지 않는 편이 더 어울리기도 한다. 때문에 가요임에도 불구하고 틀어놓고 일하기에 정말 좋다. 물론 세 번 반복해서 들었더니 잠잘 때까지 가사가 맴돌아서 힘들기는 했다. 질리지 않고 계속 들을 수 있는 좋은 앨범이다. 겨울의 쓸쓸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너무 암울하지 않다.
마음에 드는 트랙은 3번 내 스스로 붙인 제목은 휘핑크림. 음반에는 그림과 함께 I'm so sad라 적혀있다. "사랑이 그대 마음에 차지 않을 땐 속상해 하지 말아요. 미움이 그댈 화나게 해도 짜증내지 마세요. 사랑은 언제나 그곳에 우리가 가야 하는 곳~" 따스하고 유하다. 뒤에 음반에 참여한 여러 사람이 같이 부른 버전이 실려 있다.
7번. 길. 후렴구가 꽂힌다. "여기 아니 거기 거기든 나 있는 곳 지금"
9번. 원점. 가장 마음에 드는 트랙.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렀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한 장 가지고 있으면 겨울이 따뜻할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