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군상
하인리히 뵐 지음, 사지원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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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하인리히 뵐은 <여인과 군상>을 쓰고 다음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거의 700쪽에 가까운 분량 때문인지 내겐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주인공 레니의 삶을 추적해나가면서, 적지 않은 주변인물 각각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야한다는 점이 날 더 힘들게 했다. 나 자신을 레니에 대해 조사하는 집요한 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끝까지 읽는 데 도움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내게서 엄청 먼 역사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소리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전쟁의 참혹함, 한 순간에 닥쳐오는 비극, 살고 싶은 마음과 소중한 사람이 살길 바라는 마음이 생생하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티기도 하는 레니의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책의 일부에서는 한강 작가님이 떠오르기도 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다. 


특히 좋았고 또 슬펐던 부분은 레니와 보리스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통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가 다 그렇다지만 정말 안타까웠다. 일제 크레머나 마르그레트의 마지막도 마음에 남는다. 계속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이 들었나보다.


📌레니의 할머니 게르타 바르켈(처녀 시절 성은 홀름)은 이미 오래전에 이 거울이 이제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아첨한다고 말했다. 레니는 이 거울을 자주 사용한다. 레니의 머리 스타일은 레니의 걱정을 자아내는 것 중의 하나다.

-3쪽


📌두 가지 비육체적인 특성을 얘기했는데 두 가지를 덧붙여 설명하면, 레니는 하소연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녀는 첫 남편이 죽었을 때 슬퍼하지 않았던 것조차 후회하지 않는다. 레니의 후회하지 않는 성격은 아주 완전한 것이어서 후회하는 능력과 관련하여 "조금 더 후회한다"거나 "조금 덜 후회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간단히 말해서, 레니는 아무래도 후회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

-4


📌그래서 레니는 어떻게 하는가? 레니는 혼자서 춤을 춘다. 때로는 침실에서 옷을 아주 가볍게 입고서, 심지어 욕실에서는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서 춤을 춘다. 이때 때때로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다.

-23쪽


📌눈물, 웃음, 울음은 단지 위기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어서, 위기가 없거나 위기를 벗어나서 또는 위기 속에서라도 삶을 통해 눈물을 흘린 일이 전혀 없는 모든 사람에게는 축복이 적당히 일어날 수 있다.

-150쪽~151쪽


📌밤에 우리가 남몰래 울음에 항복한다면, 그 눈물은 누가 세는가. 결국 누가 우리의 웃음과 고뇌를 걱정하는가.

-211쪽


📌독일 사람들에게는 웃음, 울음, 고통, 괴로움, 행복보다는 학교 규칙이 더 중요한 것인가?

-219쪽


📌아들이 떠나기 전에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위험했죠. '도망가라'라고 말했어요, '즉시'. 그러자 아들은 이마에 주름을 지으며 '도망이요?' 하고 내게 묻는 거였어요.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도망치다'가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했어요. 그러자 아들은 나를 웃긴다는 듯이 응시하더군요. 그 애가 어디 가서 말을 할까 겁이 났습니다. 그 애가 그렇게 하려고 했더라도 사실 어디 가서 말할 시간은 없었어요.

-266쪽


📌그러나 그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부터 1킬로미터 너비의 지뢰밭을 지나 서로를 향해 달려오며 지뢰가 없는 3~4제곱미터의 면적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자거나 링에서의 투쟁을 수행하고자 했다.

-356~357


📌물론 그들은 객관적인 일로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나를 아직 사랑하세요?'와 같은 필요한 질문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도 압축해서 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리스가 '여전히 나를? 나처럼?' 하고 말하면 레니는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직 나를 사랑해요?'하는 뜻이라고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녀도 '예, 그래요, 그래요' 하고 재빨리 말할 수 있었습니다.

-359쪽


📌왜 꼭 노래를 부르려고 하느냐고, 전쟁 상황에서 노래 부르는 소련 전쟁 포로는 틀림없이 도발로 여겨질 게 분명한데 왜 노래를 부르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매우 기쁩니다.'

-369쪽


📌너무 늦었습니다. 그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가 만들어 낸 독일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이름이 벨호르스인지 뵐호르스트인지 또는 볼호르스트인지 발호르스트인지 몰랐습니다. 레니도 마르그레트도 로테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무엇 때문에 필요하겠어요? 그들이게 그는 보리스였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독일군 수첩을 자세히 본 적이 전혀 없었고 이름을 적어 놓지도 않았습니다.

-452쪽~453쪽


📌12년이 된 재킷은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피부보다 사랑스러워서 대체 불가하다. 왜냐하면 피부는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킷은 그렇지 않다.

-5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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