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篠田節子[シノダセツコ]시노다 세츠코
1955年、東京都八王子市生まれ。東京学芸大学卒。90年『絹の変容』で第3回小説すばる新人賞を受賞。96年『ゴサインタン』で第10回山本周五郎賞、97年『女たちのジハード』で第117回直木賞を受賞(本データはこの書籍が刊行された当時に掲載されていたものです)
1955년생 50대 여성작가가 쓴 중년위기를 겪는 평범한주부의 이야기이다.
도피의 발로는 옆집아이를 살해한 애완견의 보호를 위한 가출이었으나, 남편과 아이들로 부터 소외되어 왔다 생각하는 50대 전업주부의 자아상실감에 의한 일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심정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던 것으로 추측되는 주부의 가출로 부터 시작된다. 응당 그녀의 처지를 이해 해야 할 동병상련의 동년배인 내게도 그 가출은 도발적이고 즉흥적으로 보여지니 아무리 몹씁 가족이었더라도 그녀의 가출은 당황스러웠으리라.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그녀의 남편이 이미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아내의 가출을 다분히 방조한 것 같으므로 그가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이런식의 파국이란 도대체 누구의 승리란 말인가
로드무비를 연상시키는 도주의 과정에서 그녀가 좋은 사람들을 더러 만나 도움을 받지만, 그리고 짧은 시간 노동을 통해 기쁨을 맛보지만, 자아성찰의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가출을 하고 죽음에 이르는 그날까지 그녀는 그녀가 결혼을 하면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도, 가족을 용서하지도 못했다. '죽음에 이르는 그날까지 가족을 용서하지도 못했다.' 그저 간간히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나 애완견에 대한 책임감 정도를 수행하는 것이 다 였다. 도피행 40여일이 예컨데 자기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아정체감을 찾기엔 너무 짧았던 시간이었을까? 자학에 가까운 분노와 소외감을 그녀 자신이 스스로 치유할 방법은 없었을까 ? 작가의 시선이 비정하여 섬뜩하기 까지하다. 어떠한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치 않는것은 일본사회가 위기의 여성에게 무관심 하거나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역설적 공격인지? 어려운 숙제를 독자의 몫으로 남기려는 것이 의도인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는 '연애감정'이란 참을 수 없이 '얕은감정'이라는 공지영의 말에 동의한다. 한여자와 남자가 그 이성적 매력에 현혹되는 순간이란 영원할 수 없으며 부부란 훨씬 많은 시간을 동지애같은 감정으로 가족의아우라를 만든다 생각한다. 중년여성의 위기가 오직 믿었던 남편과 아이들의 배신만이 이유일까? 자아정체의 상실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막아 버린 자신들의 자업자득은 아니었을까?
책의 도입부분은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로 시작되어서인지 아무래도 '타에코'의 가출을 중년여성의 상실감에서 오는 일탈을 이유로 보기에는 당위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같은 이유로 그녀가 평범하다기 보단 즉흥적이고 신경질적으로 보여지기 까지 한다. 도피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실제의 모델이 있을 것 같은 구체적인 캐릭터 들인데 구체성이 너무 두드러져 오히려 주인공의 심리의 변화를 세심하게 따라가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라면 한번쯤 읽고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 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