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타에코가 선택한 '가출'이 문제가 아니라 가출을 통해 성장한 인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가출'혹은'출가'는 동서고금을 가리잖고 인간 내면을 바라보는 창의 구실을 해왔지만, 타에코의 가출은 애매하다 도피의 여정에  소외당한 이웃들과 노동의 기쁨을 즐기는 사람들, 또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의 변화는 보여지지 않는다. 남편이나 딸들에 비해 그녀에게 훨씬 미온적 피해를 주었음에도,  과거를 빌미로 조카딸을 협박하는 장면은,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갖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광기에 가까운 불안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그녀가 '개'에게 탐닉하는 것은  보상심리이다. 다른 가족처럼 자신을 배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굳이 '골든리트리버'를 수없이 강조하는 것은 그 개가 개 이상임을 암시하고 싶은 자기 최면이다.   예컨데  '성장소설'속의 가출도 성숙한 인간으로써 올곧게  서기 위한 고난이어야지 오직 일탈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이야기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으로 본다면? 그것도 애매하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썼다면, 작가는 더 맣은 공을 들여 중년의 위기를 만들어 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고 ,그녀의 문제가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사회가 풀어야할  문제로써  당위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 책 어디를 보아도 그런 문제의식을 찾긴 어렵다. 혹 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어떠한 사실들이 있다하여도 번역되어 우리가 읽고 있다면 그 것은 인류보편에게 주는 보편적 이야기를 기준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작가의 시선이  너무  냉정하다. 그녀의 '도피와 죽음'은 성장도, 그렇다고 복수도아니다. 장성하여 어머니를 외롭게한 타에코의 딸들은 객사한 어머니를 어떻게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할 까? 남편은? 이웃들은? 열을 양보 하다손 쳐도 그 결말이 타에코에게는 행복했을까?  충분한 돈을 손에 쥐고 떠나는 다소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가출이 어쩌면 애초에 일탈을 성숙의 시간으로 승화 시킬 수 없는 조건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가출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정을 통해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타에코의  응석을 받아주고 싶지 않다. 그녀를 생각하면 포포의 코앞에 딱총(?)을 터뜨린 옆집꼬마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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