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New Sandwiches
민현경 외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병든 노모와 병들어가는 부친과 너무 원기왕성한 처자를 다독거려야 하는 남자들은, 혹은 온갖 편의와 서비스가 제공되는 회사와 갖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가정의 틈바구니에서 아둥바둥대는 그와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은.....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서 어느 날 냉장고를 뒤져 간신히 조립해서 만든, 연방 시계를 들여다보며 사정볼 것 없이 덥썩 베어물었던 엉터리 샌드위치에서 갑자기 눈물처럼 줄줄 흘러내리던 무슨 잼이나 소스를 기억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뒤로 내가 만들고 먹어온 샌드위치는 불행히도 그런 것들이었다. 나는 빵과 빵 사이에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채우고 쌓아보았다.

그러나, 빵과 빵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신선하고도 영양가 많은,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재료들을 보라. 현실과 이상이라든가 첫사랑과 결혼 같은 진부한 배반의 명제들로부터 틈새에 끼인 생이 감당해야 하는 온갖 부당한 압력, 요량할 수 없고 보이지도 않는 손아귀의 힘 운운 하는 따위의 따분한 엄살은 어디에도 없다.
샌드위치는 그 이름만으로도 허기를 달래주는 유쾌함이며, 메뉴로서 노련한 주방장의 손끝에서라면 창의와 발랄함이 넘치는 더할나위 없는 것이고, 그리하여 입 속에서는 온갖 재료들이 헨델의 '메시아'를 부르다가 폭죽처럼 터져서 먹는 나까지도 거기에 행복하게 버무려진다.

나로서는, 이 책의 별별 샌드위치 대부분은 래서피대로 만들기 어려울 것이고 몇몇은 재료의 일부를 생략하고 만들어 먹어볼 수 있을 것이다. 온전히 즐기려면 저자를 찾는 수밖에 없다. 나는 저자가 샌드위치를 먼저 생각했는지, 아니면 '더 바'를 먼저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놀라운 샌드위치를 계속 먹을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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