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가 생겼어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21
데이빗 섀논 글.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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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 3돌 때부터 이 책을 참 좋아했다.

(지금은 초딩 5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정말 간만에 찾아서 다시 대출해왔다. 

카밀라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특별히 완독하지도 않았고, 그냥 그림만 보고 대충 스토리를 파악한 듯 하다.

아이가 파악한 스토리는 이렇다.

"카밀라는 갑자기 아파서,, 온몸이 알록달록 해졌다.
의사선생님들이 와서 보고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도 오고.
점점 아파졌는데,
어떤 할머니가 오셔서,
콩을 입에 넣어주었더니
아이가 다 낳았다. ---> 이때 "다 낳았어" 이런다. 
그뒤로 콩을 잘 먹는다"

콩을 좋아해서 그런지,
콩먹고 아픈게 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온몸이 울긋불긋해지는거 신기하고 콩먹는거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카밀라가 점점 이상하고 괴상하게 변하는데에는
그다지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잘보면 꼬리도 생기고,,,뒤죽박죽 온 사물이 다 엉겨붙은 형태가 되다가
나중엔 그냥 자기 방과 합체가 되어버리는 데 말이다.
아마 엄마가 한국어로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이 책의 원래 이야기는 이렇다.
원래 lima bean을 좋아했던 카밀라는 좋아하지만 먹질 못한다.
왜냐하면 자기 친구들이 다 콩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생각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남들의 이목을 더 신경쓰는 카밀라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면서
마음의 병이 낳았다는..
참 심오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아이는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지..어쩌는지..(한국어 설명이 없어서 그런지.. ㅡㅡ; )
어쨌든 지금 3세 아이의 시선에서는
아이는 콩을 먹고 다 낳은 걸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러들 어떠하리..ㅎ

내가 생각하는 명작이란 그런거다.
똑같은 컨텐츠일지라도, 세대나 나이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혹은 느끼는 게 더 많아지는 그런 책 말이다.
가끔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다보면
내 자신이 숨을 멎을만큼 찌르르하게 전율이 흐르는 책들이 있다. 
이게...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지면서
다시한번 더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10년 쯤 뒤 우리 아이가가,
책장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한다. 
어린 시절 엄마랑 즐겁게 읽었던 책이다라고
즐거운 추억에 잠겨 읽다가,,,
본인도 어릴 때는 몰랐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리고 생각할 거리 하나를 얻게 된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게 명작이 아닐까?

그런 맘을 가지고,,, 있다보니
나는 책 한권을 읽어도 많은 설명을 아끼는 편이다.
엄마가 수다를 떨어주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설명이 내가 말해주는 수다가,
아이에게 어떤 생각의 틀을 닦도록 도와주겠지만,
그보다 더한다면, 아이를 생각의 틀에 가두게 되는게 아닐까..
나는 그러한 두려움을 늘 가지고 있다.

모든 육아책에선,
엄마가 아이를 이끌때,,반발자국만 앞서서 살짝 이끌어주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뒤를 졸졸 쫒아다닌다.

무엇이 맞는지 잘모르겠다.
이끌어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적당한 선을 아직 찾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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