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동, 출근길 - 호텔리어 백승우, 출근길에서 행복을 읽다
백승우 지음 / 호박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사진과 일상의 순간을 글로 쓴 책을 보고 마음으로 읽는다. 나도 직장을 집 근처로 옮기면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긴 하나 환승을 해야 하기도 하고 위치가 어정쩡해 2012년 3월부터 걸어서 출근하고 있고 찰칵하면 찍히는 디지털 카메라도 최근에 가지게 되어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어 책이 반갑다. 사진도 기술이라 생각해 배울 기회를 엿보던 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반가운 사진은 57쪽의 우편함이었다. 우리 집 우편함을 닮았다. 온갖 전단지에 상처투성이지만 묵묵히 세상 변화에도 그 자리에 있다. 

 

글 중에서 104쪽의 백수인 듯 바라보는 동네 사람의 눈초리라는 글이 반갑다. 간편한 차림으로 오가니 그렇게 바라보는 것도 오해 살만하다며 그러나 신선한 바람과 함께 출근하는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날개를 펼치면 백승우 하얏트 인터내셔널 극동 아시아 지역 재무 총괄이사이자 그랜드 하얏트 서울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경제학 박사 및 경영학 박사로서 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린 것을 책으로 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성공처럼 눈높이가 종탑에 걸렸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사진과 글을 통해 됨됨이 까지도 읽게 만든다. 

 

걷기 싫은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걸어서 완성된 사진과 에세이인 이 책은 인생의 배울만한 가치 관이 있었다.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는 게 정답이다.(214쪽)-

 

2008년 11월로 시작되는 사진과 글의 이야기는 2013년 3월로 끝이 난다. 이 책의 끝장은 존재하나 지금이 2014년 1월이니 작가는 아직도 계속 사진과 글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보며 컬러 사진보다 흑백이 더 많음에 흑백이 주는 맛이 깊다고 주워들은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사진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더니 구멍이 났다. 내가 구멍 낸 부분은 109쪽이다. 안도현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연탄재 발로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어찌되었든 이 책 곳곳에 기억들이 존재한다. 공감하게 한다.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였을 때 작가가 걸었던 것처럼 나도 걸으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길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살아있게 하고 즐겁게 하는 길이다.’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좋은 습관으로 책까지 낼 수 있었다는 것에서 박수를 치고 싶다.

-언젠가는 한 권의 묶음으로 마무리할 날이 올 듯싶다./2012년 3월 12일(40쪽)-

라는 글을 읽으니 더 그렇다. 나도 우리나라 대표 문인들을 50여명이나 만나 문인탐방을 하고 글로 쓰고도 아직 책으로 펴낼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며 용기를 내 본다. 우선 한 편 한 편 다듬어 놓아야겠다.

 

이 책은 단순히 약수동 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만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의 현실, 일, 업무, 인간관계 등 삶 전체가 녹아 있었다. 그래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좀 더 겸손해지고 낮아지라고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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