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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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여대생 마리아에게는 츠구미라는 한살 어린 사촌동생이 있습니다. 병약한 체질을 타고난 츠구미는 강퍅한 성미와 고집센 오만함으로 하루하루 생을 연장해 가는 아이예요. 소설은 츠구미와 마리아가 고향마을에서 함께 보내는 맑고 파랗게 반짝거리는 여름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름, 어린 여자아이들은 가족을 느끼고 첫사랑과 깊은 복수심을 겪어내면서 자라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라는 이 소설은, 그래서 그런지 아직 확고한 실체를 구성해낸 것은 아니라도, 그녀만의 스타일들을 아우르는 전조들이 조심스럽게 제시되는 과정들이 엿보는 잔재미가 있습니다. '도깨비 우편함' 에피소드에서는 특유의 초현실주의적인 면모가 살짝 드러나고, 유부남의 정부인 어머니, 이모네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야마모토야 여관, 전처와 이혼한 아버지가 마리아들과 살림을 합치는 과정에는 유사가족의 이미지도 사뭇 배어 있습니다. 김난주의 조근조근한 번역도 좋고, '츠구미는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라는 전제를 달아놓고 은근슬쩍 '츠구미는 바로 저입니다'라는 말해버리는 작가도 귀여워요. 어쩐지 연습 같지만 상쾌한 느낌의 예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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