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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대하여 - 한 권에 담은 印度의 모든 것
이지수 지음 / 통나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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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보았다. 인도알기에 등록된 많지 않은 책중에서 읽는 이의 고통을 고려한 작가는 많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고통이란 정신적 혼란함을 말한다. 5,000년의 역사를 한눈에 통달하기가 쉽지 않고, 정돈되지 못한 문헌은 마치 그것이 인도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곤 하였다. 그러나 잘 정리된 목차는 마치 맛있는 음식의 풀 코스를 밟아가는 느낌이었고, 또 하나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청량제라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오늘날 인도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모습은 과거를 돌아보고 세롭게 미래를 설정하려는 하나의 질서를 말한다. 이는 같은 아시아적 현실과 일찌기 인도가 말한 철학의 밑거름이 정신적 토양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이상학적 사유 방법은 괴물같은 존재로 부각된다. 현실과 괴리된 철학적 별리는 순종과 거역의 지름길에서 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정복자가 지니는 승리의 미덕은 패자의 고통으로 남았고, 오늘 9억의 인도는 이런 산고을 겪었고, 그 아픔의 연기는 아직도 피어 오른다. 이런 인도를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맞이하기엔 너무도 난망스럽다.

서구 열강의 인도에 대한 열정은 적게는 이백년 길게는 오백년에 이른다. 우스운 이야기로 '범어(梵語 sanskrit)을 배우려면 영국으로 가라, 인도 철학을 배우려면 독일로 가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들의 세월의 깊이를 증거한다. 철학과 이념의 바탕이 '절대자에 대한 절대적 순종'으로 부터 시작된 서구적 개념을 뿌리채 뒤 흔드는 인도에 대한 도전역사는 땅이 지니는 영토의 정복적 개념만 존재한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학창시절 어느 이른 봄 노 교수는 인도알기에 대한 준비과정으로 여러권의 책을 소개하셨다. 대부분의 책이 일본 원서였기에,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은 한숨 뿐이었다. 이런 과정을 지나 우리의 인도 알기노력은 조금씩 지면을 넓혔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침대에서 읽던 책이 책상으로 옮겨야 할 만큼 새월의 깊이가 깊어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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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lnesss 2020-04-24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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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제국 -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
로버트 D. 매닝 지음, 강남규 옮김 / 참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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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문제는 참으로 질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멀리는 기원전 1800여년 전에 완성된 함무라비 법전에도 채무 불이행에 대한 처벌 방법을 정해 놓았고, 가깝게는 요즘 새롭게 여론화되는 개인 파산법이 간접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는 타인의 재물에 대한 경외 심을 가지라는 말로서, 능력 범위는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용성을 힘주어 되뇌는 것이다.

인간의 3대 욕망 중 제일 먼저 오는 것이 물욕이다. 이는 물질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따라 그 삶의 질 정도가 달라짐을 말한다. 이 점을 경계하기 위하여 도덕적 삶을 강조하고, 완벽한 인간으로 발전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경책을 하면서 살아왔고,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제도권 안에 자리한 크레딧카드는 우리의 이런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았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남의 돈 쓰기 법은 마치 사회의 미덕과 자기 경제에 추가된 또 하나의 재산으로 오인하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여기에 거대 자본을 지닌 금융권의 이익추구와 정치지도자의 이해관계는 불완전한 제도를 양성하였다. 실업자 및 저 소득자를 타깃으로 한 신용카드 회원영입 및 대학 초년생에게 발급되어 빛과 새 생활을 시작하는 미국의 오늘날 현실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신용카드 빛에 얽힌 살인사건 내지는 강도사건은 타인의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제3의 전쟁으로 간주,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순간의 행복을 위해 인생을 가불하지 말라는 말이다.

미국에서 크레딧 한 장 얻기는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다. 정크메일로 분류되는 가입 권유서는 거의 매일 한통정도 받는다. 대단히 매혹적인 문장으로 수식된 가입 권유서를 손에 들고 있노라면, 마치 내돈처럼 생각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나는 늘 생각하였다.
이 편지는 '지옥으로의 초대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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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혼 사마천
천퉁성 지음, 김은희. 이주노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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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을 말할 때 서양의 역사가로서 헤로도투스(Herodotus)가 등장하듯 동양의 역사가로 사마천(司馬遷)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사람의 무게를 저울질 할 수 없겠지만, 우리에겐 사마천이란 인물의 무게가 더 무겁다. 이는 중화문화권에 가까운 우리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겠고, 덛붙혀 동양문화권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별자리의 운행과 하늘의 제사와 관계되는 전문적 직업을 가진 태사령이란 직분을 지녔다. 때문에 역사 정리에 대한 그의 역사관은 아버지 사마담의 도움에 의해 약관의 나이도 되기 전 자리 잡는다.

스무살이 되기 전 역사흔적을 따라 나선 그의 여행은 평생작업에 대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강직한 그의 신념은 그에게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형극의 고통을 안겼고, 이 일로 인한 새로운 신념이 결국 새로운 문화거두를 창조했다. 고증과 기록취재에 의한 역사정리는 결국 2500여년의 세월의 무게를 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사마천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는 자서전 성격으로 쓴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가 전부다 그가 3천년에 이르는 통사를 130편으로 정리한 후 맨 뒤에 프롤로그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 오늘날 그에 대한 공식적 사료다. 원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세월뛰어넘기 작업은 쉽지가 않다. 픽션과 가공의 인물의 등장은 마치 음식의 양념같은 존재다. 여기에 문학적 감각과 시대적 환경을 배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소개 내지는 평전류는 저자의 안목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많지 않은 사료로 사마천의 인물됨을 부각시킨 작가의 노력이 매우 돋보인다. 옥에 티라면 지나치게 많이 인용한 픽션부분이 때론 문맥의 끝을 어지럽게 만들어 다시 읽어보고 새롭게 정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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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와 유방 - 전3권 세트
시바 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달궁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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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살아 숨쉬는 또 하나의 생명이다' 라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이는 역사를 남긴 주인공은 육신의 죽음을 초월한 아직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되어 가고 있는 이른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고대 희랍 신화에 등장하는 신화적 영웅들의 이야기가 서양중심으로 아직도 회자되듯 동양문화의 중심세계로 대별되는 대륙의 이야기도 벌써 기원전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음은 역사의 연속성을 단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역사를 말할 때 우리는 현대적 해석을 도입하여 재해석을 시도하는데 바로 이 초한지(楚漢誌)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맛의 깊이가 다르다. 중국 3대 고전중 하나인 이 초한지는 사마천이라는 역사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았다면 오늘날 그야말로 구전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일 뻔하였다.

질풍 같은 두 영웅의 생사이후 70년 뒤에 이 기록은 문서로 전해졌기에 매우 사실적 자료를 근거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진나라의 새로운 제도 도입의 수용실패를 계기로 지역적 토호를 기반으로 한 영웅들의 출현은 지극히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이 시대가 요구한 지도자의 덕목은 결코 원시적 단순함을 초월한다. 의(義)와 협(俠)을 중요시 한 항우의 리더십과 명분(命分)과 실리(實利)에 일찍 눈을 뜬 유방의 처세술은 결국 천하의 주인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숫적 열세를 보인 지방 유지들이 중앙 무대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보인 합종연횡(合縱連橫)과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당시 시대적 사조에 타협하지 않았던 점도 대중적 지지도를 유도해낸 중요한 이유가 된다. 여기에 조연으로 등장한 주변인물의 참모론을 정리해보면 용인술이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중의 하나임을 알게 된다. 절대적 복종을 요구하는 항우의 정치적 역량은 순간적 만족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상호 불신을 유도, 공멸로 자초하는 지름길이 되었고 무식하지만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유방의 인간성은 천하의 재사(才士)를 불러 들였다. 이는 유방이 천하의 주인이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다양하다. 물론 2300여전에 일어난 사건을 오늘날의 의식에 도입하려는 데는 모순이 있을 수 있겠으나 지도자의 정신적 구조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늘날 지구촌의 많은 지도자들의 부침(浮沈)의 단적인 이유도 이 범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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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네 마음이니라 - 중국선불교답사기 2
이은윤 / 자작나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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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이는 불교적 술어를 나열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 특히 화두(話頭)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해석한다면 '말의 시작' 또는 '풀 수 없는 명제'등의 강제적 의미의 해석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선(禪)의 개념으로부터 출발한 이 단어의 의미는 아무런 뜻이 없는 일종의 어조사에 지나지 않는다. 언어적 표현 목적이 아닌 단지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차입된 언어라는 뜻이 강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하겠다. 서두에 장황하게 화두에 대한 해석을 늘어놓는 이유는 바로 이 화두에 대한 언어적 생명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책을 읽은 후 뭔가 매우 허전함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선맥을 찾기 위해서 중국 선에 대한 해석은 반드시 도입 및 해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음에도 동안 부분적 접근만 허용되었다. 이는 한국선 불교에 대한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고 하겠으나, 진일보를 위한 전체적 해석이 필요하다.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 책의 저자는 많지 않은 시간동안 약 80여 선종 사찰만 찾아다니며, 선적에 나오는 역사적 흔적을 사실적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하였다. 소위 동북아의 선불교의 거두로 잘 알려지고 있는 임제종의 종조, 임제 의현의 생애추적 그리고 마조의 실존적 증명, 필연적 화두 수행법 등은 그의 손끝을 거치면서 더욱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제목은 중국 선불교의 답사기이다. 그러나 일반적 답사기란 여행자의 주관적 시각을 통한 객관적 표현을 말한다. 이는 유모 미술평론가의 미학적 언어구사와 시각적 화려함으로부터 시작된 답사기 홍수 속에 시대적 유행을 따르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하였을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 책은 일반적 답사기가 아님을 금방 깨닫게 된다.

동안 수없이 등장하였던 선가의 괴물 같은 존재, 즉 공안, 화두에 대한 일목요연한 해석은 수년 전부터 새롭게 등장한 이론불교의 한 축을 맡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 선불교의 대표적 표현은 오가칠종(五家七宗)으로 말한다. 이는 초조 달마 이후 약 천 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나름대로 체계적 선 수행 풍토와 이론이 정립된다. 이 과정에서 공안과 화두가 수행방편으로 등장하였다.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석될 수 없는 어떤 명제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배제된 신 해석 방법의 등장이 선가의 풍토였고, 스승과 제자, 또는 노파와 젊은 선객 등 드라마 같은 사실적 일화는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더욱 더 크다. 이 책은 일련의 이런 과정을 친절하게도(?) 자세한 해석을 곁들여 놓고 있다. 이는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효용론을 주장할 수 있으나, 선 불교 교과서적 입장으로 해석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대표선사들의 행적과 시대적 선불교의 흐름, 즉 발전과정을 눈여겨보게 하는 나침반 역할로 보는 것이 눈과 머리의 혼란함을 막는 방법중의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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