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풀풀 도깨비, 먼지깨비... 혹시 만나 보셨나요?  

아직 못 만나셨다면 꼭 만나 보세요. 집 안 어딘가에 숨어서 졸고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아직 먼지깨비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도깨비인지 모르지요? 한 번쯤 스쳐지나면서 만났을 것도 같은데, 모두들 기억 못하시더군요.  

그래서 먼지깨비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세상에 나왔는지 소개해 보려고 해요. 괜찮지요?



 


이연실 작가가 만든 제목용 먼지깨비 글자들.. (그림과 안 어울려 탈락. ㅠㅠ)


참, 저는 먼지깨비를 세상에 소개하는 데 아주 조금 도움을 주려고 빛그림 빚은 김향수라고 합니다. 지난 두 해 동안 먼지깨비를 만들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그 느낌을 여러 독자들한테 전하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왔으니 즐겁게 보아 주셔요.^^


이연실 작가, 먼지깨비와 만나다
 
2006년 어느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작가는 다락방에서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물건 하나를 찾아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리에 놓아둔 물건이 아니었지요. 틀림없이 가방 안에 두었는데, 어째서 다락방 먼지 구덩이 속에 있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지요. 그러다 문득, 뭔가가 홱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뭐지? 뭘까? 

몇날 며칠을 생각하던 이연실 작가! 





아, 맞아, 내 물건을 갖다 놓은 도깨비가 틀림없어! 

이렇게 생겼을까?
그래 먼지더미에서 살 테니,
틀림없이 이렇게 지저분할 거야.





뚝딱뚝딱 만든 먼지깨비를 다락방 창문에 놓고 예쁘게 찍어 주었지요. 

이젠 책으로 만들 차례였어요. 진짜 아이들한테 들려줄 먼지깨비 이야기지요. 어떻게 만들까? 이렇게, 저렇게 학교 가서 공부하다가도 생각하고, 자다가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지지고 볶고 뒤집고 다시 쓰고 다시 만들고 



글자가 잘 보이나요? 이렇게도 고민해 보고,


이런 낙서도 해 보았지요. 그런 다음,

























이야기를 만들고, 이렇게 연필로 밑그림을 그렸어요. 그러고는 생각했지요? 재미있을까? 아이들이 좋아할까? 결론은? "재미없다!" 였어요. ㅠㅠ 어쩌겠어요. 다시 시작할 수밖에요. 

작가는 이렇게 열 번도 넘게 이야기를 만들고 밑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렸지요. 한 해 하고도 몇 달을 넘길 무렵, 드디어 괜찮은 이야기를 찾아냈지요. 

바로 우리가 오늘 바로 <먼지깨비>라는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그 이야기 말이에요. 


드디어 먼지마을과 먼지깨비를 빚다 

이야기를 다 만들었으니, 이제 입체를 만들고 빛그림으로 빚기만 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우리는(이제 작가와 제가 제대로 머리 싸매야 할 날이 왔서, '우리는' ㅎㅎ) 처음부터 마음을 아주 굳게 먹고 있었어요. 이 작업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어떻게? 흐흐. 제가 구름빵 빚을 때 엄청 고된 작업이었노라고 엄청 겁을 줬지요. 근데 이연실 작가는 겁도 안 먹던걸요? 

자, 말이 길면 엉덩이가 가벼워지는 법. 이제부터 빛그림 빚던 때를 감상해 보시죠!


이연실 작가가 먼지마을을 만들고 있어요. 스튜디오가 온통 스티로폼 먼지로 가득! 연실 작가는 날마다 기침을 콜록콜록! 저기 끝쪽에 몸보신용 운동기구가 있네요. (사실은 <토끼가 커졌어!><사자가 작아졌어!>를 지은 정성훈 작가가 사다 놓은 거죠.) 죄송합니다. 이연실 작가는 원래 이보다 훨씬 멋지게 아리따운데 이거 만드느라 몸이 망가졌을 때 찍어서 그래요. 나중에 사인회 할 때 보세요.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믿으실 겝니다.^^;




드디어 먼지깨비가 먼지마을에 들어오던 날. 세트를 만들 때는 세트와 캐릭터 크기가 잘 맞는지, 어디에 놓아야 빛그림을 잘 빚을 수 있을지 따져봐야지요. 저 안에 있는 먼지깨비는 진짜가 아니에요. 그냥 대충 만들어 놓은 거죠. 그래도 귀엽죠?



우리는 2008년 7월부터 입체를 만들었어요. 그러고는 8월이 되어서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자 한 세트 먼저 찍기로 했지요. 바로 저 앞에 보이는 세트가 먼지깨비가 아침에 일어나는 장면이에요. 요 앞에는 다 만든 먼지마을 세트가 보이지요?



이 장면을 빚을 때는 정말정말 힘들었어요. 먼지마을에 가득한 아침 안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되었거든요. 물어물어 드라이아이스를 사서 부채로 부쳐도 보고 입으로 불어도 보았지만, 안개는 아래로 아래로만 내려갔어요. 정말 안타까웠지요. 그래서 내일 다시 해 보자고 하고 냉장고에 잘 넣어두었는데, 글쎄 다음 날 보니 드라이아이스는 온데간데없고, 빈 상자만 냉장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 있죠? 정말 허탈했답니다. 어찌어찌해서 멋지게 만들긴 만들었어요. 괜히 비싼 돈 주고 산 드라이아이스는 날아갔지만, 정말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못할 게 없다니까요!



이건 그 다음 장면인데요, 먼지마을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는 먼지깨비를 찍고 있어요. 여름에 반팔로 일했었는데, 벌써 옷소매가 길어졌지요? 바로 저랍니다.^^ 이 세트는 어찌나 큰지 찍을 때 아주 애를 먹었어요.

이연실 작가는 다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카메라를 보면서 여기 모자란다, 저기 모자란다 구박하는 통에 다시 만들어서 붙이느라고 눈코뜰 새 없었지요. 입술은 댓발 나와 있었고요.




이번엔 하늘 장면이에요. 먼지깨비는 이상한 소리가 난 먼지 산에 가 보기로 하지요. 구름 위 하늘 꼭대기도 가 보려고 해요. 아주 씩씩하게... 이연실 작가가 정성을 다해 먼지깨비를 만지고 있어요. 우리 <먼지깨비> 책을 보면 빛그림이 여러 장 나오지요? 한 장면 찍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으세요? 삼십 분? 한 시간? 모두 땡! 바로바로 평균 6~8시간쯤 걸렸답니다. 한 장 찍는데 즉석사진도 아주 많이 뽑아서 보아야 하지요.

이제 조금 지루할 때가 됐죠? 음, 그럼 우리 이연실 작가가 된통 당한 얘기 하나 해 드릴게요. 스튜디오에는 본뜻과는 다르게 엄청난 무기들이 도사리고 있어요. 저는 언제나 조심하라고 이르죠. 그런데 그만 이연실 작가가 일을 내버렸지 뭐예요.



맨 오른쪽에 주황빛깔이 보이시나요? 이게 뭐냐면요, 조명 다리가 기울지 않게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추예요. 강철로 되어 있지요. 크기도 작은 것이 어찌나 무거운지 몰라요. 여기에 머리를 찧으면 부딪치는 소리는 하나도 안 나면서 아프기는 정말 애 낳을 때 아픈 것 저리 가라예요. 이연실 작가가 여기에 부딪쳤다는 것 아닙니까? 그 뒤로도 두 번 더 부딪치고 나서야 이연실 작가가 저 추에다가 등받이 쿠션을 대 주었답니다.



<먼지깨비> 맨 앞쪽에는 이런 글귀가 있어요. 이연실 작가의 헌사지요. 
 

먼지깨비를 내게 처음 알려준 스트라스부르의 다락방에게. 먼지깨비를 눈여겨봐 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 에피날 이마주 학교 선생님들에게. 먼지깨비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해 준 은강이에게. 


책 안에도 보면 아이가 하나 나오는데, 바로 이 아이가 은강이에요. 아이랑 찍는 날은 정말 스튜디오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이연실 작가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했지요. 다행히 잘 따라주고 재미있어해서 아주 쉽게(?) 끝낼 수 있었어요. 
 
우리는 이렇게 해서 2009년 2월에 모든 작업을 마쳤어요. 그러고는 3월에 책을 펴냈지요. 

고생해서 나온 책이기에 정말 뿌듯했지요.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어요.
아직 진짜 먼지깨비한테는 책을 못 보여줬다는 거예요. 틀림없이 우리 가까이에 있을 텐데, 웬만해선 안 나타나요. 그래서 구석에다 책을 갖다놓았지요. 

저는 믿어요.
틀림없이 먼지깨비는 책을 보았을 거예요. 제가 잠든 사이에, 제가 책을 보는 사이에, 아니면 제가 우리 딸하고 신 나게 <먼지깨비>를 보고 있을 때 말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냐고요? 

하하하. 놓아둔 책에 살짝 내려앉은 먼지 위에 <먼지깨비> 발자국이 찍혀 있었거든요.





여러분!
우리 마음씨앗그림책 스물다섯번째 이야기
<먼지깨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먼지깨비>의 빛그림을 만드신 김향수 작가께서 직접 써 주신 글과 제공해 주신 이미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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