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 앤서니 브라운과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한국 출간은 지금이지만,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초기작입니다. 대가의 젊은 시절 작품은 어떻게 빛나는지 미리 맛 좀 볼까요?

 
새 자전거, 새 축구공, 막대 사탕, 고릴라 가면까지 제레미는 뭐든지 다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들고 샘에게 자랑합니다. "너도 갖고 싶지?"

언제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묵묵히 걸어가는 샘. 제레미의 자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번번이 새 물건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제레미를 도와줍니다.

 


여우 하퀸은 식구들과 산꼭대기에서 평화롭게 삽니다. 엄마 아빠는 위험하다고 산 아래로 절대 내려가지 말라고 하지만, 하퀸은 골짜기로 내려가 꽃향기도 맡고 토끼와 닭도 잡으면서 모험을 즐깁니다.

어느 날 밤, 하퀸은 사냥터지기의 눈에 띄고, 사냥꾼들이 몰려옵니다. 하퀸의 식구들까지 모두 위험에 빠졌지요.

하퀸은 집을 들키지 않으려고, 용감하게 사냥꾼들 앞에 섭니다. 들판을 달리고 산골짜기를 지나 늪으로 내달리는 하퀸과, 말을 타고 그 뒤를 쫓는 사냥꾼과 사냥개들..

 


너도 갖고 싶니?
새 자전거를 자랑하던 제레미, 결국 이렇게 됩니다.
아, 그런데 저기 훔쳐보던 할머니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 한 컷 속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삐딱한 제레미와 느긋한 샘의 성격, 새 물건 자랑하다 오히려 곤경에 빠지는 제레미의 우스꽝스러움, 배경 곳곳의 갖가지 유머까지...




하퀸
산골짜기로 내려와 모험을 즐기는 하퀸, 굵은 터치와 단순한 그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살려냈습니다. 엄마 아빠 말씀 안듣고, 위험을 무릅쓰고 밤나들이 나설만한 풍경입니다. 녹색, 빨강, 밤색 등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색감은 강렬하고 화사한 느낌을 듬뿍 안겨줍니다.




너도 갖고 싶니?
앤서니 브라운의 초현실적이고 기발한 상상력과 탁월한 화면 구성은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장면 장면마다 갖가지 이야기들이 숨어 있지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지나고 보면, 물고기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개조심' 팻말 뒤의 고양이, 고릴라 가면의 웃음 등 놓칠 수 없는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하퀸
보통 버닝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소심하고 혼자만의 상상에 빠진 주인공은 여기 없습니다. 말썽꾸러기 하퀸은 사냥꾼들을 홀로 유인하여 들판을 달리고, 늪을 향해 뛰어듭니다. 하퀸을 따라 가다보면 우리도 어느새, 넓은 들판과 골짜기를 맘껏 내달린 느낌을 받게 됩니다.
( 참, 눈 나쁜 저는 얼핏 오른쪽 그림을 보고는 하퀸이 화살을 맞은거라 생각해 버렸지만요, 이 얘기는 그렇게 슬픈 결말은 아니니 걱정마세요. )




너도 갖고 싶니?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샘은 어째서 모든 것을 가진 제레미보다 훨씬 풍요로울까요?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지만, 친구를 기꺼이 도울 줄 알고, 함께 놀아 주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 샘이 가진 것들을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세요.



아이들은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부모님들도 어린 시절엔 누구못지 않은 말괄량이, 말썽꾸러기들 아니셨나요?

하퀸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줍니다. 그 속에는 위험을 경고하는 아빠의 말은 귓등으로 들으며, 언젠간 골짜기를 구경갈 계획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는 아이도 있지요.


하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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